흑백사진 감기는 '섬 속의 섬'
썰물에 바닷길 열리면 이제 '찌든 세상'과는 결별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와 개펄. /사진=박정웅 기자

뭍을 떠나면 섬이다. 섬에서 또 섬으로 이어진 여행지가 있다. 섬 속의 섬, 인천 중구 무의도(舞衣島). 무의도는 본섬뿐 아니라 부속섬을 거느린 덕에 섬 여행 재미가 쏠쏠하다. 본섬인 대무의도, 딸린 섬인 소무의도와 실미도. 세 섬은 같은 듯 다른 듯 저마다 자랑거리를 썰물과 밀물 때 드러낸다.

단절이나 고립. 호사가들의 입에 오른 섬 여행 의미는 그랬다. 스스로를 찌든 세상과 분리하는 공간으로 섬을 꼽았다. 또 세상살이에 ‘속물’이 된 자신을 가두는 장소로 섬을 떠올렸다.


무의도 여행은 섬 여행 통념을 깬다. 잠진도선착장에서 큰무리선착장까지 뱃길로 단 5분. 넉넉잡아 10분이면 섬 여행이 이뤄진다. 무의도행은 영종도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굳이 섬이랄 것도 없는 그곳에서 잠진도선착장까지는 뭍길(연도도로)이다. 정박한 페리가 뱃머리를 180도만 돌리면 곧 건너편 무의도에 닿을 만큼 가깝다.

잠진도-무의도 페리를 배회하며 간식거리를 찾는 갈매기떼. /사진=박정웅 기자

무의도를 가려면 이처럼 영종도에서 용유도와 잠진도로, 지금은 뭍길로 한 몸이 된 섬들의 시간을 건너뛴다. 무의도 여행도 엇비슷하다. 대무의도를 가운데 두고 연도교와 풀등이 각각 소무의도와 실미도를 잇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4월 잠진-무의 연도교가 완공되면 무의도는 새 세상을 맞이한다. 20여년 전, 인천 앞바다 개펄 깊숙이 박힌 거대한 교각에서 시작한 뭍길이 무의도로 곧장 향한다. 짧은 페리 운항 시간과 거리가 구분지은 뭍과 섬의 경계 또한 흐려진다. 이번 겨울, 페리 주변을 배회할 갈매기들도 새로운 간식 포인트를 찾아봐야 할 처지다.


◆해상관광탐방로와 드넓은 개펄 

하나개해수욕장 왼쪽 드라마 촬영지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서해 개펄이 펼쳐진다. /사진=박정웅 기자

물이 빠지면 모래 개펄이 드넓게 펼쳐진다. 대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유명 해수욕장 축에 든다. 완만한 수심과 너른 백사장, 빼곡한 해송이 인기몰이 배경이다. 해수욕뿐 아니라 짚라인도 설치돼 레포츠를 즐기는 이도 많다.

하나개해수욕장에 또 다른 무의도 자랑거리가 생겼다. 해수욕장처럼 여름 한철 반짝할 아이템은 아니다. 해수욕장 왼쪽,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서면 탄성이 연발한다. 지난 6월 개통한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인데 무의도를 사시사철 찾아볼 거리로 앞길이 밝다.


데크길로 구성된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 왼쪽엔 호룡곡산의 기암괴석이, 오른쪽엔 드넓은 개펄이 펼져진다. /사진=박정웅 기자

탐방로는 총 길이 550m로 짧은 편이나 느릿하게 걸음하며 챙겨볼 것이 많다. 썰물 때 도드라지는 호룡곡산의 바위와 절벽에 나름 12경의 이름을 붙여놨다. 모양에 따라 사자바위, 소나무의 기개, 만물상, 망부석(자매바위·주먹바위), 자연의 신비, 총석정, 해식동굴, 부처바위(만고풍상), 불독바위, 협곡, 원숭이 바위, 햄버거 바위 등이다.

탐방로는 파도가 호룡곡산의 절벽을 만나 부서지는 밀물 때 아름답다. 하지만 그보다는 드넓은 개펄이 속살을 드러낼 때가 제일이다. 탐방로 주변의 기암괴석이 숨겨진 자태를 뽐내기 때문이다. 또 물을 먼 데까지 밀어낸 개펄의 끝을 알 수 없고 그 너머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어렴풋하다.

탐방로를 돌아나온 뒤 맨발로 백사장에서 개펄로 향해도 좋다. 개펄 여행은 탐방로 아래에서도 펼쳐진다. 모래 개펄이라 발이 깊이 빠지거나 질척거리지도 않아 걷기에 좋다. 발이 전하는 촉감이나 자잘한 생것에 집중해 걷다보면 두고온 근심걱정은 이미 먼발치다. 물때 운이 좋아 낙조까지 더한다면 선경은 따로 없을 터다.


◆부속섬 소무의도와 실미도

소무의도에서 바라본 대무의도-소무의도 연도교. 이 연도교는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1구간에 해당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소무의도와 실미도는 무의도를 끝단에서 마주보는 새끼 섬이다. 무의도는 해발 250m 남짓한 남동쪽의 호룡곡산과 북서쪽의 국사봉이 섬을 양분하는 지형이다. 두 산골짜기 너머엔 하나개해수욕장이다. 소무의도와 실미도는 무의도의 남동쪽과 북서쪽에 자리하는데 어쩌면 두 산이 제각각 분가시킨 섬인 듯하다.

섬 밖으로 분가한 새끼 섬들은 어미 섬과 가깝다. 분가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각각 연도교와 풀등으로 이어진다. 이 중 광명항선착장에서 연결된 소무의도는 낚시꾼이나 백패커에게 인기다. 우럭, 농어와 같은 횟감거리와 망둥어 등 잡어까지 입질이 좋다. 또 연도교 폭이 좁아 자동차가 드나들 수 없어 주중에는 단출한 캠핑도 가능하다. 물론 방파제 언저리에선 이 둘을 즐기는 이도 있다.

본섬처럼 소무의도에도 걷기여행길이 있다. 소무의도 바다누리길은 전체 9구간(총 2.5㎞)으로 구성된다. 이 중 1구간은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연도교길(414m)이다. 2구간은 대무의도와 마주하는 서쪽마을과 떼무리선착장을 연결하는 마주보는길이다. 이외에 떼무리길(3구간), 부처깨미길(4구간), 몽여해변길(5구간), 명사의해변길(6구간), 해녀섬길(7구간), 키작은소나무길(8구간)이 있다. 6구간 길 이름은 현대사에 한획을 그은 한 정치인의 가계에서 비롯한다.

무의도 실미해수욕장에서 썰물 때 풀등으로 연결된 실미도. /사진=박정웅 기자

실미도는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면 걸어서 갈 수 있다. 무의도 실미해수욕장 쪽에서 하루에 2번 풀등으로 연결된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섬 사이 개펄에서 갯것을 채취하는 이들이 많다. 하나개해수욕장과는 달리 이곳 개펄은 돌과 조개껍데기, 진흙과 모래가 뒤섞여 날것이 풍부하다. 개펄 대부분은 지역 어촌계가 관리한다. 실미해수욕장에 문의하면 조개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실미도는 영화 <실미도>의 모티브가 된 장소다. 1971년 북파부대원들이 이 섬을 탈출해 서울에 진입했다가 자폭한 사건 이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2003년 개봉 5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찍으면서 아픈 얘기와 섬의 존재가 드러났다. 물때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산길과 갯길을 걸을 만하다.

◆무의도여행 교통팁

인천국제공항역(1터미널)과 용유역 간 자기부상열차. /사진=박정웅 기자

자가용을 이용하면 영종대교나 인천대교에서 잠진도선착장으로 곧장 들어오면 된다. 대중교통은 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역(1터미널)에서 하차 후 잠진도선착장행 버스(2번)를 타면 된다. 또는 1터미널에서 용유역까지 자기부상열차(무료)를 탑승한 뒤 다리품을 팔아 선착장으로 걸어도 좋다. 잠진도선착장에서 무의도행(큰무리선착장) 페리는 매일 오전 7시~저녁 8시 매시각 15분과 45분, 30분 간격으로 있다. 또 무의도에서 잠진도행은 매시각 정시와 30분 출발한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 왼쪽 잠진-무의 연도교가 내년 4월 개통될 예정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무의도에는 대중교통편으로 버스가 두 편 있는데 이 역시 페리 시간과 함께한다. 이 중 소무의도로 갈 수 있는 버스(1번)는 정규노선 형태로 3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반면 실미도를 만나는 다른 버스는 상황에 따라 전화로 선착장과 실미도해수욕장을 오갈 수 있다. 배편과 실미도 바다갈림길 등 물때와 관련된 시간은 인천시 중구청이나 선착장, 해수욕장에서 사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일~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