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높은 담장과 철조망에 가려진 땅. 용산기지는 1904년 일제가 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하다가 미군에 넘겨진 후 114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지난 2일 정부와 미군이 일부 시민에 한해 출입을 허가했지만 여전히 이곳은 금단의 땅이다. 버스투어를 신청한 시민은 미군의 신원조회를 받고 기지 내 일부 시설만 볼 수 있다. 완전한 개방은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그럼에도 최근 용산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머지않은 2025년이면 이 땅이 원래 주인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0여년 동안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밝혀왔음에도 버스투어를 통해 용산기지 내부가 공개되면서 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라 올라온다.
주한 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 건물은 과거 일본 육군장교가 숙식했던 곳으로 1908년 준공됐다. 해방 이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의 소련군 대표단 숙소로도 사용했다. 용산공원 계획에 따라 건축물 원형을 회복, 편의시설 및 관람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주택난' 해결 위해 용산기지 활용 주장

용산기지는 본래 국가공원으로 짓는 방안이 추진중이다. 2004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 평택이전에 합의했고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다. 용산공원은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43만㎡ 크기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외국인의 관광지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용산기지에 영구 임대주택을 건설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수백건 올라왔다. 서울 주택난이 심각해 정부가 공공 임대아파트 건설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용산에 거주하는 최범석씨(36)는 "당연히 국가공원으로 짓는 것을 찬성하지만 서민 주거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이런 의견이 나오는 데 공감한다"면서 "만약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면 반드시 영구 임대주택이어야 한다. 아파트 건설로 발생하는 이익을 국민이 아닌 정부나 건설사가 가져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택공급을 주장하는 사람이 일부 투기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는 "영구 임대주택은 건설사가 얻는 이윤이 적어 참여유인이 낮고 정부가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들다"면서 "용산기지가 서울 금싸라기 땅이다 보니 일부 투기꾼이나 건설사 입장에서 공공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 건설을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기지창은 일본군의 무기와 탄약을 보관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병참기지의 핵심이었다. 1908년 준공된 병기지창 건물은 지금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대 당시 일본의 건축기술을 잘 보여준다. /사진제공=서울시

◆아파트 지으려면 특별법 개정 필요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현실성이 낮은 주장이다. 용산기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 냉전의 역사가 남아있는 현장이다. 일부 건물은 한국전쟁 때 난 탄환자국이 그대로 있다.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면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는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이 정부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나중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곳은 단순 녹지가 아니라 역사적 건물도 산재했다"며 "1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금단의 땅이 이제는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부의 임대주택 건설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만약 용산기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현행법상 불가능하므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유튜브 '진표TV'에서 "용산기지는 법적으로 묶여있지만 주거생활 안정이 더욱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합의를 거쳐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