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S DB.
코스닥 상장사인 일진파워, 금화피에스시 등 발전정비업체가 폐업 위기에 처했다. 민간발전정비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을 발전사나 한국전력 등 발주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숙련된 인력이 핵심인 발전정비사업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업체, 노조, 산업통상자원부, 학자 등은 26일 국회에서 ‘발전정비 경쟁도입 현황 및 정비분야 정규직 전환평가 토론회’를 열고, 민간발전정비업체 인력을 5개 발전사나 한전 등 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측은 정부의 공기업 정규직 전환 정책과 고용안정을 위해 발전사나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발전정비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동서발전 관계자는 민간발전정비 업체가 국가의 정책으로 탄생했으며 기존의 한전KPS 독점구도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들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민간 정비업체 도입으로 인해 업계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기술발전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면서 과거 해당 분야에서 시행했던 경쟁활성화 정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커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민간 발전정비 업체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것은 5개사다. 이중 일진파워, 금화피에스시 2곳은 코스닥 상장사다. 에이스기전과 한국플랜트서비스도 지난해 사모펀드가 인수해 수십~수백억원의 국내 기관자금이 투입된 상태다.


이번 토론회의 문제는 이들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노조의 주장대로 한전 등이 민간 발전정비업체 직원을 모두 직접 고용할 경우 민간 발전정비사는 모두 폐업 위기에 내몰린다.

이렇게 되면 4000여명의 소액주주가 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일진파워는 소액주주 2448명이 지난 23일 종가 기준 348억원어치 주식을 나눠가지고 있고 같은 기간 금화피에스시는 소액주주 1443명이 353억원어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 한전KPS나 한전이 이 두 업체를 인수한다고 해도 셈법은 복잡해진다. 일진파워와 금화피에스시의 경영권 지분은 각각 37.69%(292억원), 36.68%(609억원)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제외한 단순 주식값만 900억원이 넘는다. 실제로 인수논의가 이뤄질 경우 이들 회사의 몸값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노동환경 개선과정에서 일부 오너만 수백억원의 경영권 프리미엄과 지분 매각대금을 챙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정부나 담당부처의 중재가 있더라도 현금을 내는 한전KPS의 주주입장에서는 배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전KPS는 소액주주 2만2544명이 지분 33%(지난 23일 종가 기준 약 4300억원)를 나눠들고 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달가울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미 관련 논란이 불거지며 일진파워와 금화피에스시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6개월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증권시장 관점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이런 논의가 제기된 배경은 민간발전정비사의 근로환경 문제 때문이다. 관련업계 노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사실상 발전사에서 지휘 감독을 받고 있으며 한달동안 초과근무를 140여시간 했던 사례도 있었고 초과근무가 지나칠 정도로 많았으며 계약상 ‘을’의 위치기 때문에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아울러 임금체불이 만연하며 산재 역시 은폐되는 사례가 많은데다 도급계약상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 민간발전정비 업체 임원이 토론 당사자가 아닌 방청객으로 참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자사의 폐엽을 논의하는 자리에 당사자는 참가하지 못했다. 실제 이 업체 임원이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에 방청객 자격으로 마이크를 들자 곳곳에서 야유가 나왔다. 협상이나 논의과정에서 정작 민간 발전정비업체의 입장은 빠져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