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통계가 곳곳에서 나오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그동안 오른 전셋값에 비해 하락폭이 적은 데다 오히려 대출한도가 줄어들어 갈 데 없는 전세난민 신세가 됐다는 푸념도 나온다. 또 전셋값이 치솟던 시절 유행하던 갭투자가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로 전락해 세입자와 집주인간 분쟁도 우려된다.
/사진=머니투데이

◆전셋값은 떨어졌는데 내집 전세금은 올랐네?

서울 전셋값이 201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통계의 착시효과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달 첫째 주 0.06% 하락, 한달 반 연속 내렸다. 그동안 거품이 심했던 강남 고가 재건축아파트 등은 최근 몇주 사이 1억~2억원 떨어진 곳이 속출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몇십만원 수준으로 내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의미다.

더구나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는 2년 전 전셋값과 비교하면 올랐을 수밖에 없다. 2016년 5월 대비 올 5월까지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종로를 보면 전세상승률이 27%에 달했다. 하지만 하락폭은 1%대 안팎 수준이다.


서울 용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셋값 하락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이라면서 "하지만 사실상 신규세입자라도 아직까지 전셋값 하락을 체감하기 힘들고 극히 일부 지역 일부 아파트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간 수천만원씩 뛰던 전세난의 우려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내년 5만가구 넘는 서울 새아파트 준공이 대기 중인 데다 금리인상으로 월세의 전세전환이 늘어나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주택자 추가 전세대출 불가, 중산층의 몰락

1주택자의 추가 전세대출이 가로막히면서 전세난민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내년 초 전세만기를 앞둔 S씨는 "예전 살던 집을 세줘 1주택자 대출규제를 받는 데다 집이 안팔려 추가 자금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집주인이 1억원을 올려달라고 해 결국 가격에 맞는 집을 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각종 대출규제를 시행,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다.

주택을 수십채 가진 다주택자가 아니라 거주를 위해 산 주택도 이직이나 자녀진학 등의 문제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정부는 다주택자의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전세대출 신규보증을 금지하고 1주택자일 경우 부부 합산소득 1억원 이상이면 보증을 금지했다. 그러나 보증과 관계없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축소하는 경향도 있어 이전보다 대출이 까다로워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셋값이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추가 전세대출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갭투자 깡통전세, 세입자가 알아야할 것은?

부동산침체기에 가장 큰 문제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다. 전세금을 못받으면 대신 지급해주는 보증보험이 있지만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전셋집을 구할 때 기본적으로 주택 선순위 권리관계와 집의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전셋값에 비해 시세가 비슷하거나 낮다면 나중에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위험이 크다.

집이 결국 경매절차를 밟게 돼도 세입자는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집은 경매에 넘어가도 세입자가 임대차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전세가 늘어나거나 전셋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새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거나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출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는 여전히 장시간이 소요돼 이사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사는 집의 전세시세가 내릴 경우 집주인에게 전세금 일부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세금을 올려받는 것은 쉬운데 전셋값이 내렸다고 일부를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전세시세가 떨어진 집은 전세금 일부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