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뉴시스▲

전국의 집값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위 20% 아파트값이 하위 20%의 6배를 넘어섰다. 수도권 등의 집값이 오르는 데 반해 부산과 지방 중소도시는 내리막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각종 통계로 확인된다. 1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1월 5에서 지난달 6.1로 높아졌다. 2011년 7월(6.1) 이후 7년4개월 만에 가장 높다. 2013년 중반 이후 4~5를 맴돌던 배율이 최근 1년 새 치솟은 것이다. 5분위 배율은 가격순으로 5등분 해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 아파트 상·하위 가격 격차. / 자료제공=KB국민은행

지난달 전국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1억1413만원으로 지난해 11월보다 457만원(3.9%) 떨어진 반면 5분위 평균 가격은 7억96만원으로 1년 전보다 1억1301만원(19.2%) 올랐다. 지난달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아파트값 추이를 보면, 서울(9.1%)을 포함한 수도권은 3.9% 올랐고 울산(-9.2%)·부산(-3.3%) 등 지방은 2.9% 내렸다.

서울 내에서 집값 격차는 어떨까.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7로, 1년 전(4.3)보다 소폭 높아졌다.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3억4855만원으로 지난해 11월보다 5028만원(16.9%) 올랐으나, 5분위 평균값은 16억3572만원으로 1년 새 3억4286만원(26.5%)이나 뛰었다. 이에 따라 서울 집값 상·하위 20%의 차이가 9억9459만원에서 12억8717만원까지 벌어졌다.

또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토지 ㎡당 전국 평균가격은 1964년 19원 60전에서 2013년 5만 8325원이었다. 서울 지가 상승은 지방의 119배로 무려 1만배가 올랐다. 그동안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6700조원 가운데 상위 1%가 무려 38%(2551조원), 상위 10%인 83%(5546조원)에 몰렸다.


토지(부동산)는 일반 상품과 달리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게 되면 다른 계층은 쪽박을 차게 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바로 토지,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부동산 집중으로 인한 자산격차와 비정상적인 임대료 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보유세 인상카드 방안을 내놨다.

이 대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다주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며 “현재 취등록세 등 거래세는 주택가격의 1% 이상인 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 유세는 주택가격의 0.1~0.3% 정도다. 우리와 OECD 국가를 비교해보았을 때 보유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거래세는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거래현실에 맞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논의로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다주택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9.13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단기적 처방이라는 평가다. 대기업과 대자본가들이 소유한 토지와 빌딩, 상가는 손도 대지 못했다. 주택 대상 종부세만 강화하는 '핀셋 증세'였다. 주택시장은 투자수요가 큰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는 반사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토지공개념이 강화된 국토보유세 도입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수 순증분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는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토지배당)으로 공평하게 지급해 갈수록 심해지는 부동산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공공재 성격의 부동산에서 파생된 불로소득을 어느 개인이 독점하는 것은 사회정의나 공정경제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작금의 천민자본주의를 하루빨리 종식하고 균형 잡힌, 건강한 자본주의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주최한 보유세 개편 토론회에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비슷한 국토보유세 도입을 개혁 방안을 내놨다.

국토보유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부세와 달리 전국에 있는 토지를 인별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종부세는 주택이나 종합합산토지 등 용도에 따라 세율과 과표구간을 다르게 적용하지만, 국토보유세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다.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토지분 재산세는 환급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과세표준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없이 공시지가로만 삼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유한 땅의 공시지가가 1억원 이하이면 세율이 0.1%가 적용되지만 5억~10억원이면 1.0%, 100억원 초과이면 2.5% 세율을 적용받는 식이다.

특히 전 교수는 국토보유세로 얻은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씩 토지배당으로 분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올해 국토보유세 수입은 17조564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종부세 폐지로 2조원가량 줄어 세수 순증은 1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국민 1인당 연간 30만원씩 토지배당이 돌아간다. 이를 아동·청소년·청년·노인에게 지급하는 생애주기별 배당이나 농민·장애인에게 지급하는 특수배당 등 다른 기본소득과도 결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이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뚜렷하게 완화해 투기 억제 효과는 물론 소득 재분배 및 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