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2019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가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다수 전문 기관들이 최근 반도체 경기 조정이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며 “가격 하락에 따른 전략적 구매 지연이나 PC생산 감소 등 수요 쪽 요소가 점차 해소되면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로 주택 가격이 떨어져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단기간 주택 가격이 큰 폭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주택 가격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도 과거에 비해 줄었고 오히려 무주택 가구의 소비 여력은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반도체 수출 감소가 현실화되며 반도체 경기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며 수출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반도체 전망은 어떻게 보나.

▶다수의 전문기관이 최근 반도체 경기 조정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본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해서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늘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추가 부동산 규제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증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 변동이 소비에 미친 자산효과는 과거에 비해 작아졌다. 자산효과가 작은 고령층의 주택 소유 비중 늘고 큰 중장년층 비중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가격 안정은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때문에 소비 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물론 주택가격이 단기간 큰 폭 하락하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단기간에 주택 가격이 큰 폭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주택 가격하락을 금융안정 측면과 결부해보면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누증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코픽스 금리 계산이 바뀌면서 시중 금리가 0.2~0.3%포인트 하락한다고 한다.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부분이 다 상쇄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또 금융당국과 통화 정책 간 미스매치가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로선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신규취급 대출은 어느 정도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가계대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표 금리 하락에 따른 은행의 대응, 잔액 기준 코픽스의 활용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잔액 코픽스기준 비중은 10% 수준으로 낮다. 그래서 산정 개선을 기관 간 미스매치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이번에 조정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변경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난 금통위 때 총재가 경기 하강국면이라는 표현이 좀 쓰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후 세계 경제도 둔화했고 KDI나 정부 진단도 어두워졌다. 현 국면은 어떤가.

▶공식적으로 보면 경기정점이 정해진 이후 하강국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통계청은 이에 대한 공식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경기 정점이나 저점을 좌우하는 건 각종 경기 지표를 바탕으로 종합적 검토,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돼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경제 또한 둔화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일부 우려대로 급속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 흐름 면밀히 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대폭 하락 조정했다. 물가가 목표에 못 미치는데 통화정책을 완화적 기조로 갈 수 있나.

▶글로벌 성장세 약화를 반영해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도 아직 완화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 완화적으로 갈 것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 물가 전망치도 낮췄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물가상승률이 지금은 1% 초반으로 낮아졌지만 점차 높아져 하반기에는 1% 중반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는데 이 흐름에 대해서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한은 추정치를 감안하면 평가가 다를 듯하다.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잠재성장률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나.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정한다. 추정치를 2년 전에 발표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6~2.7%은 잠재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잠재 GDP라는 것이 추정에 있어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특정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잠재 GDP라는 건 경제구조, 인구구조, 생산성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추정하기 때문에 특정 수치에 고정된 게 아니고 해가 갈수록 변하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경제가 선진화 될수록 잠재성장률 수준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2년 전 추정이라 현재 잠재성장률 수준이 언제인지는 추정 작업을 하는 중이다.

-수익률곡선과 관련해 올해 들어 국고채 발행이 늘었다. 지난해 후반기 들어 발행이 줄어 수익률 곡선 줄었다. 금리를 인상했는데 수익률 곡선이 좁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 연준은 수익률 곡선관리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 방법으로 대응하는데 한은은 대응책이 있나.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후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졌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선반영한 장기 시장금리가 일부 되돌려진 측면이 하나 있다. 또 지난해 12월 중 국제 금융 시장이 크게 불안한 양상을 보이며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한 점에 영향을 받은 게 크다고 본다. 미 연준에서 수익률곡선을 관리한다고 말했는데 저희도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다른나라 사례도 검토 및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현재로선 곡선을 특별히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주장이 부상할 정도로 상황을 안 좋게 보는 듯하다. 시장과 당국 간 인식 차가 왜 나오는지 궁금하다.

▶종전보다 도비쉬(완화적) 스탠스를 보이며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설까지 제기되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현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시장과 정부 당국 간 일종의 괴리가 생기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실물과 금융의 괴리’라고 하는 표현을 쓴다. 미국 실물경제는 견조함에도 금융시장에서는 경기둔화 우려가 크다. 지난주 BIS총재 회의에서도 관련 문제가 논의됐는데 아무래도 시장이 과하게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21일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주요국 중 위험 수준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GDP 대비 지난 5년간 7% 이상씩 늘어났다. GDP 대비 부채 비율도 100%에 근접하다. 해외서도 위험하다고 하는데 총재는 어떻게 보는가.

▶현재 우리 부채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높다. 특히 가계 부채가 금융시스템 안정유지나 대외 평판 등에 있어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까지 누적되면 곤란하다고 본다. 이런 가계 부채가 더 누증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물론 정책적 요인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그 외에 인구구조의 변화나 가계의 실물자산 보유 선호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대단히 어렵고 중장기적 시계에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률, 물가, 금융 불균형, 한미 금리차 등으로 향후 금리인상 점검을 할 텐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뭔가.

▶어디에 포커스를 두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물경기와 글로벌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우리 경제에 금융안정을 포함해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종합 고려해서 정책 결정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