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시 직동근린공원. / 사진제공=의정부시
▲ 의정부시 직동근린공원. / 사진제공=의정부시
"수원에 사는 김씨는 주말에 자주 집 근처 뒷산을 산책하곤 한다. 건물로 꽉 찬 도시에서 흙과 나무로 가득한 자연으로의 쉼터이기도 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느끼는 갑갑함이 이 곳에서는 확 트이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오늘부터 이 뒷산의 일부 산책로에 누군가 '사유지 출입금지' 푯말도 모자라 접근을 못 하도록 펜스까지 설치해뒀다. 분명히 이곳은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숲, 우리동네 공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나갈 수조차 없다."

2020년 7월 1일이 되면 이 슬픈 현실이 내 앞에 닥칠 수 있다. 바로 '도시공원일몰제'다.

우리 주변의 공원은 '도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법으로 지정된 곳의 땅을 구입해 집행된 것이다. 공원부지로 지정된 땅은 국공유지 뿐만아니라 사유지도 있기 때문에 지정된 땅을 매입하여 집행해야 완전한 공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처럼 보이지만, 아직 땅을 매입하지 않아 완전한 공원이 아닌 곳도 있다.


2020년 7월 1일부로 전국의 1만9000여곳에 달하는 도시공원이 집행되지 않으면 도시공원의 자격에서 해지되게 된다. '도시공원일몰제'는 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는 제도다.

공원 일몰제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시 소재 학교 부지 소유주들이 도시계획시설(학교시설부지)로 결정된 후 사업 진행 없이 재산권 행사만 금지되면서 도시계획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를 사유 재산권 침해로 인정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2000년 이전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 동안 공원으로 집행(매입)이 되지 않은 시설들은 자동으로 결정 효력이 상실되도록 도시계획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해제되는 면적은 무려 433㎢로, 여의도 면적의 약 50배에 달한다.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은 앞두고 현행법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원 조성을 위해서 사유지뿐만 아니라 국·공유지 또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17일 국무회의에서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사유지 매입 비용 지원 등의 토지보상비 국고 지원의 중요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유지 매입 비용 지원이 아닌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하면 정부가 이자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 국가에서 지정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서는 시·군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논리로 예산 지원을 거부했다. 재정 범위 내 조성이 불가능한 시설은 해제하라는 지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공원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 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심규순 의원이 도시주택실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장기미집행 도시·군 계획시설은 총 2만1345개소, 239.05㎢로, 사업비는 53조91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020년 7월에 실효대상은 4647개소, 56.66㎢, 사업비 13조1900억원으로 도차원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규모의 사업이다.

'턱밑까지 온 공원일몰제'…머뭇대는 사이 '공원이 사라진다'
경기도의회 남종섭의원은 지난해 9월 경기도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2년 후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난개발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경기도와 시·군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탄없는 대화와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창구 개설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창구를 통해 경기도의 통일된 의견을 정부에 적극 개진하여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공원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내 지자체들도 일몰제 시행 전 개발행위에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마다 분주한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원시 영흥공원은 지난 1969년 공원으로 최초 지정됐으나, 토지 매입비 등 최소 수천 억원의 재원 소요로 공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 유치방식이 도입되어 '영흥공원 조성사업'이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기존 '부동의' 결과를 뒤집고 '조건부동의'로 통과해 추진 동력을 얻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진행한 의정부시의 직동공원처럼 지자체가 대안으로 내놓은 사업들이 정부와의 엇박자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환경부를 설득해도 반대 의견만 내놓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과 지자체 간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개개인의 관심이다. 남겨진 시간은 2년 밖에 없다.

도시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한다. 숲은 미세먼지 흡수 능력도 뛰어나다. 나무 한 그루 당 일 년에 약 금 열돈 무게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또 도시공원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 혹자는 '공원은 우리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핵심 가치'라고 이야기한다.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공원을 매입하기 위한 비용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우선 정부는 국공유지매입과 같은 공원일몰을 부추기는 법안을 바꿔야한다. 또한 공원부지를 소유한 개인 토지주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어 공원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