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5일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조세소위원회. /사진=뉴시스 DB
2017년 11월15일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조세소위원회. /사진=뉴시스 DB


“가업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공제가 많아 다른 나라보다 (소득세 공제 대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검토는 하겠지만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지 아닐지는 (용역)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1월7일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속세 개편을 언급했다. 이후 상속세 개편방향을 두고 시민단체와 재계, 보수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지난달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자기 명을 달리하면서 상속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2000년 이후 20년 가까이 변화 없이 유지 중이다. 현재 상속세율은 10~50%로 5단계 누진 구조다. 1억원 이하에서는 10%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30억원을 초과하면 10억4000만원에 30억원 초과금액의 50%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과도한 상속세 문제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에 가업상속세 완화 및 확대를 촉구했다.


재계의 주장에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론이 한층 격화됐다. 참여연대는 최근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도 너무 높아 일부 고액자산을 보유한 상위계층에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상속세 대상기업과 공제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달 정부가 가업상속 공제제도 대상·한도를 현상 유지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상속세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20년 묵은 상속세, ‘유산취득세’가 해법 될까


◆축소냐 확대냐 꺼지지 않는 불씨

재계는 상속세가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성공적인 승계를 통해 기업이 유지되면 경제적인 부가가치와 함께 일자리가 생겨나고 근로자와 국민에게 이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속세 인하를 외치는 이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해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 건전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권태산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멈추거나 투기자본에 공격당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일본은 10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이 3만개가 넘지만 한국은 6개뿐으로 지금의 상속제도가 유지된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속세를 현재보다 더 많이 거둬 부의 재분배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상속세 과세대상자는 전체의 3%에 불과하며 한국의 상속세가 높다고 얘기하는 계층은 상속 재산이 꽤 있는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9일 ‘상속세에 관련한 오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상속세가 약탈적이고 기업을 국유화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높은 상속세 대문에 기업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주장에 대해 “기업이 주식을 매각한 뒤 상속하면 오히려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상속세율이 높아 주식을 매각한 사례로 꼽은 기업들은 실제로 다른 이유로 주식을 매각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총희 회계사는 “상속세를 낮출 경우 계층이동을 어렵게 해 오히려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며 “헌법재판소에서도 상속세에 대해 재정수입 확보 외에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 정의와 경제민주화 실현,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 완화, 국민의 경제적 균등 도모 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이구동성 ‘상속세 개편 필요’

상속세를 두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속세 개편안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계적인 추세로 봤을때 한국과 일본이 상속세율이 가장 높으며 주식평가까지 하는 것은 한국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생애 한번만 과세하는 자본이득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속세의 과세방식을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인데 이는 상속인이 여러명인 경우 각자 재산을 분할 받기 전의 유산총액을 누진세율에 적용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무행정의 부담은 가중되지만 실제 상속받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의 몫까지 한번에 결산하게 된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적은 자녀의 혜택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배우자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산취득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1호(2019년 5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