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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에 나섰다. 양국이 경제·산업분야에서 세계의 패권을 두고 맞붙었다. 먼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타깃은 중국 최대의 기업 ‘화웨이’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 제조업체다.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모뎀칩부터 스마트폰 완제품까지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1988년 화시전자에서 출발한 화웨이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는 17.9%의 점유율로 애플(12%)을 제치고 삼성전자(21.7%) 다음 가는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화웨이 압박하는 미국
승승장구하던 화웨이는 미국에게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화웨이가 2012년부터 꾸준히 중국정부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5G를 비롯한 각종 통신 장비에 도청장치를 탑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反) 화웨이 전선을 형성해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5월15일(현지시간)부터는 본격적인 제재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기업의 미국 기술 위협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체인 보호’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튿날에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올렸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상무부의 산업안보국(BIS)이 화웨이와 그 계열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이유는 미국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 미국 IT기업은 즉각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그중 구글의 거래중단은 화웨이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있어 구글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구글과의 거래 중단은 유튜브, 지메일, 구글지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였고 화웨이의 단말기·디바이스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화웨이가 미국의 공세를 이겨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후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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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화웨이매장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희토류 카드’ 만지작
미국의 파상공세에 화웨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중국정부가 나섰다. 중국은 비장의 무기 ‘희토류’를 꺼내들었다. 희토류는 안정성이 높고 열전도율이 좋아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쓰이며 휴대폰, 반도체, 스마트폰의 필수부품이다. ▲스칸듐(Sc) ▲이트륨(Y) ▲란타넘(La) ▲세륨(Ce) 등 17개 화학원소로 구성되며 채굴할만한 광물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고 정련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따른다. 중국에 매장된 희토류는 전세계 36% 수준인데 생산량은 96%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류허 부총리가 희토류 관련 기업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미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 주석과 동행한 류 부총리는 미국과의 통상관계를 책임지는 인물로 미국을 향한 경고 수위를 극대화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경우 미국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희토류 수입의 80%가 중국산이며 2015년 희토류 분리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이후 미국에는 희토류 분리 공장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희토류 업계 ‘반사이익’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이 ‘치킨게임’으로 번지면서 몇몇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장 먼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남미, 인도,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의 추격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1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화웨이보다 4%가량 앞서있다. 쫓기던 입장에서 멀리 달아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공들인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점유율 격차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G전자는 큰 이득도 손실도 기대하기 어렵다. 화웨이의 판매량 감소로 발생한 점유율을 획득하기에는 넘어야할 상대가 너무 많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샤오미, 오포 등 중화권 기업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와 경쟁하는 부분이 많고 유럽과 신흥시장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해 확실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다만 LG전자는 이미지와 가격 측면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을 온전히 흡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화웨이 제재로 얻는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거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금지에 대비해 분리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화학업체 블루라인과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는 최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에 희토류 분리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면 미국은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워낙 높아 그 수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국가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4호(2019년 5월28일~6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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