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 ./사진=이미지투데이 |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25일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도 질병”이라고 분류한 새 국제질병분류를 194개국 대표들의 반대없이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적잖다.
세계 의료계가 게임중독이 그냥 둬선 안되는 심각한 병이라는 데 만장일치했으나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중독을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항변하면서 의견이 대립되는 양상이다.
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중독의 정의를 ▲게임에 대한 통제력 부족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못 참으며 끝내지 못하는 경우 ▲다른 일상활동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행위 ▲게임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다. WHO는 이 모든 증상이 명백히 1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 관련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 될 때를 게임중독으로 정의했다.
WHO의 이번 개정은 권고안이어서 게임중독을 실제 병으로 규정할지는 개별 국가에서 정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WHO 회원국으로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WHO의 권고를 따른다. 게임중독이 사회이슈로 대두되면서 정부당국 간 갈등이 팽배하다. 의료계‧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의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WHO의 결정을 반기는 반면 게임업계‧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반격에 나섰다.
의료계는 게임중독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폭력성을 예로 들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이 마약처럼 중독물질이 아니라 게임중독에 취약한 소인을 가진 환자들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의진 연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게임중독에 빠진 아들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부모님 뼈를 부러트리는 등 상당수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정도를 떠나서 게임에 대한 통제가 힘들거나 일상 행위들보다 우선순위에 놓이면 게임중독으로 정의내리고 효과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거세게 반발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중독을 규정할 수 있는 진단 기준·절차가 불투명하다”며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 WHO의 결정은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위 회장은 오히려 의료계가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겨 게임산업이 하락세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이 계기로 ‘게임중독세’ 등을 통해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는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 등록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5년 주기인 ‘한국표준질병·사인코드’(KCD)의 개정 시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일러도 2026년 1월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도입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 합리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게임’이 무조건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점은 경계하면서 게임중독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지 다학제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WHO가 국제 기준을 제시했으니 우리도 화합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인의 건강을 수호하는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 회장은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원만한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여러 사회문화적 논란들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