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부점장급 이상 여성비율을 2배로 늘리겠다.”

은행권의 두꺼운 유리천장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저마다 여성인재 육성을 외치며 여성 책임자를 늘리고 임원 비율을 확대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았던 은행의 조직문화에 여풍(女風)이 불기 시작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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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여성인력 키운다

최근 국내 금융지주는 여성임원 비율 늘리기에 나섰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균형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여성임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는 금융권에 진출하는 여성에 비해 임원급 여성이 적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회사와 협약을 맺고 있다. 

먼저 KB금융지주와 자율협약을 맺고 2022년까지 여성 고위직 비율을 20% 이상 늘리기로 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의 부점장급 이상 여성리더 비율은 10.1%, KB증권은 13%다. 이를 20%로 늘리면 여성 고위직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SC제일은행도 여가부와 손을 잡고 2022년까지 여성임원 비율 25%, 여성 지점장 등 부장급 여성관리자 비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SC제일은행은 목표제 외에도 ▲채용·보직관리·승진 시 성차별 억제 ▲여성인재육성제도 확대 ▲육아와 직장생활의 조화가 가능한 기업문화 구축 ▲경력단절 예방 ▲남성 육아휴직제도 독려 등을 협약에 담았다. 

씨티은행은 여성임원 비율 목표치를 40%로 올려 잡았다. 현재 씨티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은 38%다. 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별 다양성 확대 차원에서 여성임원 비율을 늘릴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오는 2020년까지 과장급 이상의 여성관리자 비중을 24%까지 확대한다. 여성임원 육성 프로그램 ‘쉬어로즈’를 운영해 여성리더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그룹의 여성 본부장과 최상위 직급 여성 부서장 총 29명을 대상으로 멘토링 작업도 진행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쉬어로즈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부행장 2명과 신한카드 여성 상무 1명 등 동시에 3명의 여성 경영진을 배출했다”며 “여성리더가 여성 임직원을 육성하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여풍 트렌드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기업 선정에서 재무적 성과뿐만 비재무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ESG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ESG는 기업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에서 얼마나 사회·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ESG평가의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여성의 경영참여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연기금이 대표적이다. 대신지배연구소 측은 “여성 등기임원을 보유한 코스피 기업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3.72%로 남성임원만 있는 기업보다 2배 많았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성별과 무관하게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두꺼운 ‘은행 유리천장’에 금이 간다

◆근로환경 개선, 근속기간 늘어야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여성임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여성의 근본적인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될 수 있는 여성의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여성임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은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이 이뤄지는 만큼 관리자급 성별 비율이 다르다. 통상 팀장은 직급 15년차부터 달게 되는데 여성의 근속연수는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은행 여성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5개월로 남성보다 7년 8개월 짧다. 신한은행의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3개월, KEB하나은행은 13년 2개월이다. 우리은행이 15년으로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길다.

오래 일하는 여성직원이 줄면서 관리자로 승진한 비율도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국내 지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여직원 중 책임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32.29%다. 전체 여직원의 약 3분의 1만 책임자로 승진한 셈이다. 책임자는 고액송금, 대출 등 업무와 관련해 승인 권한이 있는 관리자급 직책을 의미한다. 남성 직원의 경우 두배 수준인 67.97%가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여성이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영업점 창구 전담인 텔러의 승진이 제한돼서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은행 내 핵심 업무에 남성이 많이 배치된다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경력개발 기회가 적어 승진에서 밀리는 구주다.

예를 들어 프라이빗뱅커(PB) 등 수신 업무는 여성이 주로 맡고 은행 수익에서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금융전담역(RM) 등 영업과 여신 업무는 대부분 남성이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이 지점장과 임원으로 이어지는 승진코스를 밟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RM은 중소·중견기업 임원을 직접 만나 영업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여성이 지원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객의 모바일금융 거래가 늘면서 영업점에서 하는 업무가 줄어 남녀역할 구분이 줄었다”고 말했다. 

‘2등 정규직’으로 불리는 하위직군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등 정규직이란 고용형태는 정규직이지만 일반 정규직과 차별을 두는 정규직을 말한다. 은행마다 RS직군(신한), 개인금융서비스군(우리), LO직군(국민), 행원B(KEB하나) 등으로 불린다. 일반 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60~80% 수준이고 별도의 승진체계 속에서 단순직무 위주의 업무를 하는 특징이 있다. 5만8113명에 이르는 하위직군 중 여성 비율이 58%(3만3585명)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사마다 여성임원을 늘리고 있지만 여성직원이 많은 금융사 특성에 비해 임원 숫자는 여전히 적다”며 “성별에 따른 업무 분담이나 하위직급을 두기보다 성과에 따른 진급, 대우를 하는 인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