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불황에 신음하던 한국조선업계에 훈풍이 분다.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전략을 펼치며 실적회복의 불을 밝히고 있는 것.


연말에는 최대 100척에 달하는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추가 수주의 기대감도 높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2) 규제 또한 조선업계의 재도약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제공=삼성중공업

◆고부가가치 꽉 잡은 한국조선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9월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가운데 누적 수주량 527만CGT로 점유율 34%를 차지하며 중국(598만CGT, 3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월별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수주량 1위를 내달리던 한국은 비록 9월 들어 중국에 1위를 선두를 내줬지만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은 자국 발주물량 비중이 과반에 달할 정도로 자국 내 일감에 기반한 수주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력과 생산성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간다. 역사적으로 조선업 주도국가는 1950년대 영국,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1990년대까진 일본, 2000년대 한국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1척당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강세를 보인다. 올 들어 9월까지 누계 수주를 금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126억7000만달러로 126억원5000만달러인 중국을 제치고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수주량은 중국에 뒤처지지만 금액이 앞선다는 점은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을 한국이 더 많이 수주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70척 중 66척(94%),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9척 중 34척(87%)을 수주해 고부가 주력선종에서 압도적 수주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해외 선주사들이 한국 조선사들의 높은 기술력, 제품 신뢰성과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판단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LNG 대량 증산 계획을 세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이 연내 대규모 선박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타르 발주 물량은 초대형 LNG 운반선 최소 40척에서 옵션을 포함할 경우 최대 100척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LNG운반선 선가가 한척당 평균 22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주 금액만 20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업계가 카타르 프로젝트에서 물량을 대거 확보하게 될 경우 그야말로 ‘잿팟’을 터뜨리게 되는 셈이다.


한국조선 부활 ‘뱃고동’… ‘IMO 2020’으로 쾌속순항 예약

◆카타르 프로젝트·IMO 2020 기대↑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을 넘어서는 곳이 없어서다. 중국도 LNG선 건조를 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글로벌 무대에서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중국 국영 조선사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 운반선은 선체결함 등 고장을 일으켜 지난해 6월 호주 인근에서 멈춰서는 사고를 냈다. 최근엔 또 다른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이 기술 부족으로 2017년 프랑스 선사 ‘CMA-CGM’로부터 수주한 2만3000TEU급 LNG추진 컨테이너선 9척의 인도시점을 미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LNG선의 90% 이상을 한국이 싹쓸이 한 것은 전세계 발주들이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카타르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IMO 2020’ 규제도 호재다. ‘IMO 2020’은 174개 회원국을 둔 IMO가 모든 선박연료의 SO2 함유량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선박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을 제한해 대기환경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해운사들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배출가스정화시스템(스크러버)이 장착된 선박,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스크러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저유황유는 값이 비싸다. 황 함유량이 0.1%인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40~50% 비싸다. 규제가 시행되면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LNG선박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LNG선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호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코트라는 2017년 세계 신주 발주 선박 가운데 LNG추진선은 7.6%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비중이 늘어 2025년에는 60% 이상을 LNG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