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그룹 회장의 임기가 2020년 3월 만료됨에 따라 KT가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회장 선출부터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된다. KT는 지난해 3월 정관을 변경하고 회장 선출 방식을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지배구조위원회→회장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 등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지배구조위원회가 후보군을 선정하면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이들을 평가한다.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한 뒤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내년 3월 황 회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치면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마무리한 첫번째 회장이 된다. KT는 현재의 경영안정화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차기 회장을 사실상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포스트 황창규’ 찾기에 나섰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DB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DB

◆KT 속 차기 회장 후보는

연매출 23조원, 임직원 6만1000명, 자산규모 약 30조원, 재계순위 12위의 거대 기업 KT그룹의 수장을 선출하는 단계인 만큼 수많은 인물이 오르내린다. KT의 회장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인물 구도는 크게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로 나뉜다.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지난 6월부터 착수한 회장 후보 프로그램을 통과한 내부인사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가나다 순) 등이다.

내부인사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물은 구현모 사장이다. 황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구 사장은 전략통으로 요직을 거치며 기업 프로세스 전반을 익힌 인물이다. 또 황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내며 KT CEO를 최측근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KT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황 회장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황창규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선임될 경우 안팎으로 적지 않은 잡음이 일 수 있다. 또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KT 불법정치자금 사건과 관련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왼쪽부터) KT 회장후보로 거론된 구현모 사장, 오성목 사장, 이동면 사장. /사진=뉴스1 DB
(왼쪽부터) KT 회장후보로 거론된 구현모 사장, 오성목 사장, 이동면 사장. /사진=뉴스1 DB

오성목 사장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통신분야 전문가다. KT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담당해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네트워크 배터리절감기술(C-DRX) 등 각종 네트워크 관련 사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2013년 전무에서 4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할 만큼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오 사장의 치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아현국사 화재사건이다. 화재사건과 관련된 책임소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화재 당시 총괄책임자였던 만큼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면 사장은 38년간 KT에 재직한 인물로 융합기술원장 등을 지낸 연구개발(R&D)전문가다. KT의 미래전략을 책임지는 만큼 멀리 보는 시야가 강점이며 기술경영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올해 처음 등기임원에 올라 내부에서 주목하는 후보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도 엔지니어 출신의 인사였다”며 “통신장비업체와 원활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오랜 기간 R&D에 매진한 만큼 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고 두드러진 성과가 없다는 점은 한계다.


상왕 vs 낙하산… KT의 ‘포스트 황창규’ 딜레마

◆이번에도 외부 출신 회장 나올까

민영화 이후 KT 회장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가 주로 선정됐다. 민간기업임에도 정부의 외풍이 반영된 데는 KT의 지분구조 영향이 컸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율 12.3%다. 2대주주는 일본의 통신기업 NTT도코모로 5.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는 지분율 0.44%의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해 5% 미만의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특정주주가 회장 선임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 정부의 코드에 따라 회장이 선임됐다. 이번에도 외부인사가 회장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KT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박헌용 전 경기콘텐츠진흥원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사장, 최두한 전 포스코 ICT대표(가나다 순) 등이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KT가 갖는 중량감 덕분에 하마평에 오르는 외부인사는 부지기수다.

다만 11년간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선정된 까닭에 KT 내부에서는 조직의 섭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내부 출신 회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기회에 기업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유입되는 ‘낙하산 인사’를 끊어내길 원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그간 신임 회장이 선출될 때마다 외풍, 낙하산 인사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며 “5G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하는 시기인 만큼 조용하고 차분하게 차기 회장이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현직에 있는 후보가 더 적합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 바람대로 내부인사가 최종 선출되더라도 KT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황창규 회장이 사실상 ‘상왕’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회장 후보로 거론된 내부인사의 공통점은 부사장급 이상이면서 황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이다. 황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물러나더라도 KT 경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차기 회장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내부인사는 ‘상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외부인사는 ‘낙하산 인사’라는 잡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정권과의 연관성, 전문성,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KT 측은 “차기 회장 선임과정을 이사회에 일임하며 모든 프로세스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어떤 외부 압력에도 영향 받지 않고 정관에 근거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