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라마섬을 걷다, 주윤발을 보다
인심 후한 어촌, 그림 같은 해변… 라마섬 트레킹

홍콩에는 8~90년대 느와르를 연상케하는 골목이 많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에는 8~90년대 느와르를 연상케하는 골목이 많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4050세대, 한때 청춘은 홍콩을 동경했다. 느와르의 명장면이 머리에 박혀서다. 오늘날에도 홍콩은 그때 그시절의 정취와 매력이 살아있다. 고층빌딩숲, ‘성냥개비’를 입에 문 주윤발(저우룬파)이 뒷골목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날 것 같은 홍콩. “싸랑해요, 밀**!” <첩혈쌍웅>과 <영웅본색>의 인기에 힙입어 한국에서 청량음료 광고까지 ‘히트’시킨 주윤발. 벌써 30여년 전 청춘의 그날, 롱코트는 아니라도 검은 선글라스에 성냥개비 하나면 느와르의 기운이 대충 완성됐다. 주윤발을 비롯해 장국영(장궈룽)과 오우삼(우위썬) 감독…. 홍콩 느와르의 입지적인 이들은 외래어 표기법 대신 친숙한 한자식 이름으로 추억된다.

세월은 덧없이 흘렀건만 주윤발은 홍콩인과 한국인이 사랑하는 배우로 여전히 숨쉰다. 스크린에서 비장하면서도 멋진 연기를 펼친 그는 이제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로 골목을 활보한다. 홍콩인들과 격 없이 어울리는 그의 수수한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결같은 수수함에 변한 것이라곤 듬성듬성한 흰머리밖에 없는 주윤발. 30여년 전과 오늘날의 그를 찾아 최갑수 여행작가가 라마섬(Lamma Island)을 찾았다. 주윤발이 열살까지 자란 이 조그마한 섬은 홍콩섬 남동쪽에 있다. 섬에는 주윤발의 친척이 거주한다. 물론 운 좋다면 주윤발도 만날 수 있으리라.

2017년 홍콩 타이 롱 완(빅 웨이브 비치)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윤발의 '인증사진'. 빛은 바랬지만 홍콩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는 더 살아있는 느낌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2017년 홍콩 타이 롱 완(빅 웨이브 비치)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윤발의 '인증사진'. 빛은 바랬지만 홍콩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는 더 살아있는 느낌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거주 인구 1000여명의 작은 라마섬은 2개의 개성적인 어촌과 깨끗한 해변을 간직했다. 느긋한 여유를 즐기는 서양인도 많다. 섬 곳곳에는 주윤발이 뛰놀았던 숲과 바다, 장난꾸러기 시절의 초등학교, 대가족이 함께 살던 집이 아직도 용수완 마을에 남아있다.

◆주윤발 흔적을 쫓는 라마성 트레킹


고즈넉한 소쿠완 마을.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어촌이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고즈넉한 소쿠완 마을.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어촌이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용수완 마을에서 주윤발의 흔적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길은 자연스럽게 라마섬 트레일로 이어진다. 오른쪽엔 풍력발전소의 커다란 발전기가 인상적이다. 맑은 흥싱예 해변을 지나 섬 반대편의 소쿠완 마을까지 트레일은 완만해 산책하기에 좋다.

“주윤발은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다른 또래들처럼 저 역시 <영웅본색>을 가장 좋아했죠. 스크린 속 모두의 영웅이었던 남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섬에 오다니, 옛 추억이 많이 떠올라요. 아기자기한 마을과 느긋한 분위기,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섬의 풍경도 참 좋네요.”

최갑수 작가의 라마섬 트레킹 소감은 주윤발과 잇댄 것이었다. 라마섬은 홍콩인들이 당일 여행지로 사랑하는 섬이다.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와 더불어 이 섬을 유명하게 만든 주역은 바로 해산물 요리였다. 섬이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전까지 라마섬은 어부들의 섬이었고 그 전통은 훌륭한 해산물 식당들로 이어진 것.


소쿠완의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소쿠완의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 /사진제공=홍콩관광청
광둥요리의 전통 위에 신선한 해산물, 각 식당만의 비법을 더한 메뉴들은 라마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섬 곳곳의 여러 식당들 가운데 주윤발의 단골집은 소쿠완 항구에 위치한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이다.

“주윤발이 고향에 오면 꼭 들르는 식당이라고 해요. 특이하게도 앉자마자 과일부터 한 접시 먹은 후 식사를 시작한다더군요. 마늘과 함께 쪄낸 가리비 관자부터 주윤발이 늘 주문한다는 라마섬 그루퍼 찜까지, 왜 ‘윤발이형’의 단골집인지 이해하기에 충분했어요.

라마 섬에서 돌아온 뒤 주윤발이 홍콩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인 카오룽 시티를 들렀다. 카오룽 시티는 활기찬 서민 주거지로, 품질 좋고 저렴한 식당과 상점으로 가득하다. 다양한 차와 다기를 판매하는 밍흥 티숍(Ming Heung Tea Import & Export) 또한 그 중 하나다. 1963년 문을 연 노포 찻집에서 향기로운 철관음차와 보이차를 맛볼 수 있다. 최 작가는 언제든 질 좋은 차를 휴대해 다닐 수 있는 차 통을 하나 장만했다.


“작고 가벼워 찻잎을 가지고 다니기에 좋아요. 홍콩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다향을 맡을 때마다 홍콩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복을 부르는 라마섬의 돼지 벽화. /사진=박정웅 기자
복을 부르는 라마섬의 돼지 벽화. /사진=박정웅 기자

◆홍콩관광청 라마섬 여행팁

라마섬으로 향하는 페리는 센트럴페리터미널 4부두에서 탑승한다. 용수완 행과 소쿠완 행으로 나뉘는데 용수완에서 마을을 둘러보고 소쿠완까지 트레킹을 한 뒤 해산물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는 코스를 추천한다. 옥토퍼스 카드로도 탑승할 수 있다.

라마섬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은 30여년의 역사와 함께 라마 섬을 대표하는 해산물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버터 소스 랍스터 튀김, 꿀과 후추로 양념한 게 튀김 등 홍콩 미식 대회에서 수상한 메뉴들과 함께 갯가재, 가리비, 홍콩의 고급 생선 그루파 등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식사를 하는 손님에 한해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페리 서비스도 운영한다.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의 갯가재 요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의 갯가재 요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주윤발의 동네에서 질 좋은 녹차를 구입하고 싶다면 카우롱 시티의 밍흥 티숍으로 향하자. 작고 고풍스러운 가게는 최상의 차밭에서 공수해온 찻잎들로 가득하다. 고가의 보이차부터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자스민차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으며 찻잎 중 일부는 시음해볼 수 있다. 카우롱 시티까지 들를 시간이 없다면 센트럴의 록차 티하우스(LockCha Teahouse) 또한 다양한 차와 다기를 구하기 좋은 장소다. 홍콩 최고로 꼽히는 차 장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점심시간에는 맛있는 채식 딤섬도 함께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