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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글로벌기업들의 다툼이 치열하다. 4차산업혁명,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 등 글로벌 경기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선점하려면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니S>는 국내외 IP 확보 경쟁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IP 침해 사례와 대응방안을 살펴봤다. 또한 글로벌 공룡기업을 상대로 IP 소송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국내 중견기업의 이야기도 들어봤다.【편집자주】
| /사진=서울반도체 |
#. 네덜란드 가전·조명기업 필립스는 앞으로 미국시장에서 현지 유통사인 ‘프라이즈일렉트로닉스’를 통해 TV를 판매할 수 없다. 최근 텍사스법원이 필립스 TV가 한국 LED 중견기업 서울반도체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인정, 프라이즈일렉트로닉스에 필립스 TV 유통을 영구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 3대 조명사인 파이트 역시 같은 혐의로 프라이즈일렉트로닉스를 통한 미국내 조명 유통을 영원히 할 수 없게 됐다.
1891년 설립된 필립스는 지난해 23조90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기업이다. 1992년 문을 열어 지난해 매출 1조1942억원을 올린 서울반도체는 이처럼 덩치가 20배나 크고 역사가 100년 이상 앞선 거대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소송에서 쟁점이 된 특허는 LED 빛을 디스플레이의 넓은 면적에 균일하게 퍼트리는 ‘BLU 렌즈 기술’ 등 총 19개다. 텍사스법원은 필립스 TV가 서울반도체 고유의 기술을 침해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반도체는 또 다른 미국 유통사인 ‘더 팩토리 디포’를 상대로도 필립스 TV 유통금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반도체가 승소할 경우 미국시장에서 필립스 TV의 유통 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룡기업 상대 특허소송 승기
서울반도체가 제조사인 필립스 대신 유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과정 중 가장 최종단계에 있는 곳은 유통사”라며 “유통사를 상대로 승소하면 제조사는 물론 부품업체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율적 소송전략은 다년간 특허소송을 거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서울반도체가 글로벌기업과 송사를 시작한 건 2005년 무렵이다. 당시 세계 1위 LED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이 서울반도체가 자사의 LED 포장 패키지 모양을 베꼈다며 경고장을 보낸 것을 계기로 글로벌 특허싸움의 막이 올랐다.
| /사진=서울반도체 |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곧바로 50여명의 변호사와 자문단을 구성한 뒤 600억원이상의 비용을 쏟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시작했다. 결과는 서울반도체의 전승. 세계 1~3위 기업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를 맛본 서울반도체는 동시에 공격을 개시했다. 상대가 걸어온 소송에 방어만 하기보다는 자사의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까지 서울반도체가 글로벌 각지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모두 1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판결이 나온 60여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나머지 40여건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서울반도체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특허출원 ‘올인’
숱한 소송을 거치면서 서울반도체는 원천기술과 특허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선행해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해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무기를 충분히 갖추자”는 이정훈 대표의 주도 아래 말단사원에서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특허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반도체가 보유한 특허건수는 1만4000여개이며 이 가운데 이정훈 대표가 발명한 특허건수는 280건에 달한다.
특허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도 강화했다. 서울반도체는 매년 매출의 약 10%를 R&D에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1184억원을 R&D에 투입했다. R&D 투자액이 1000억원을 넘긴 것은 회사 설립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임직원의 프라이드와 회사의 제품을 믿고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특허기술을 카피하고 탈취하는 기업에 대해 ‘젊은 창업자들과 중소기업들에게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사활을 걸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특허 공개경매도 시작했다. 기술탈취 시도가 빈번한 시장 환경 속에서 중견기업의 독자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서울반도체는 최근 독일 지식재산권(IP) 플랫폼인 ‘굿아이피’를 통해 5G 송수신 모듈 등에 적용하는 무선주파수 반도체, 스마트 조명 및 고출력 LED 패키지 특허 포트폴리오를 경매에 붙였다.
이 대표는 “새로운 특허전략의 일환으로 보유 중인 일부 특허를 직접 경쟁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미래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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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동행미디어 시대 산업1부 재계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