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여건이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다. 다만 1단계 불완전 합의 속에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영국 브렉시트 등 주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2020년 경자년 새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별, 기업별 온도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머니S>는 2019년 한해를 돌아보고 2020년을 준비하는 경제위기 진단과 전략 기획을 마련, 각 경제주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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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위기 진단과 대비 전략 : 쟁점(2)-③] 재정지출 한계 없나

‘1%대 저성장 vs 2%대 성장 유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놓고 국내외 주요기관들마다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해외 기관을 비롯해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 국내 기관들은 2.0~2.3%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1%대(1.8~1.9%)의 저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20년 512조원의 슈퍼예산을 확정하며 곳간 풀기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낮추며 군불을 땐 상태에서 재정확대는 시장에 온기를 전달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현실 참여형 경제학자’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떨어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위해선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재정확대밖에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잠기고 있음에도 재정을 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선진국 중 경기를 부양하면서 재정을 풀지 않는 국가는 없다. 한국보다 GDP가 높은 대다수 국가들의 부채비율이 높다. 실제 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40%로 ▲일본 238% ▲싱가포르 111.1% ▲미국 105% 등에 비해 월등히 낮다.

◆‘기초체력 튼튼’ 재정으로 분배 개선


정부가 적자살림에도 예산투입을 계속하는 이유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자신감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20여년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초체력을 키운 만큼 재정을 투입하면 상승 반전할 것이란 기대다.


금융시장 건전성을 나타내는 ‘3대지표’는 양호하다.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74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졌던 1997년(204억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397억 달러)와 비교하면 각각 26배, 1.6배 많은 규모다.

단기외채 비율은 33.2%에 그친다. 단기외채 비율이 높으면 대외지급 능력이 그만큼 나쁨을 의미한다. 1997년(286.1%), 2008년(84.0%)에 비교하면 11월 단기외채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가부도 위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이달 현재 0.37%로, 2017년(0.52%)보다 훨씬 안정됐고 영국(0.47%) 캐나다(0.50%) 중국(0.55%) 보다도 좋은 수준이다.

튼튼한 경제 방파제에 힘입어 정부가 예산을 쏟은 복지·고용분야에선 희망적인 수치가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이 일해서 번 돈은 줄었지만 정부 지원으로 소득이 늘어난 덕이다.
예산 풀어 경기부양… 2020년 한국경제 볕들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대 핵심 분배지표인 ‘지니계수, 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은 모두 개선됐다.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45로, 전년(0.354)보다 0.009포인트 떨어졌다. 처분가능소득 소득5분위배율은 6.54배로 0.42배, 처분가능소득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0.6%포인트 각각 개선됐다. 지니계수를 비롯해 세지표 모두 숫자가 내려갈수록 소득분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늘자 분배지표도 개선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7년 0.354에서 2018년 0.345로 낮아졌다. 지난달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만1000명 증가해 고용지표 역시 상승 전환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산투입이 각종 경제지표 개선에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민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고용과 복지혜택이 늘어 만족도 역시 높다는 평가다. 다만 소득·고용지표가 지난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기저효과를 고려해 통화정책 완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으로 경제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인정할 만하다”면서도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입에 맞게 세출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빠른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확대정책에 통화완화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두 정책이 조합하면 경기대응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 휘청, 재정지출 한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의 대출금리는 3.2%로 연초보다 0.52%포인트 내려갔다. 글로벌금융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국내금융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부분 선반영했고 대출금리가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에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에 채권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인다. 대규모 국채가 정부에 몰려 민간투자가 위축, 장기국채 금리상승으로 이어져서다.

실제 지난 8월 정부의 예산안 발표 당시 외국인들은 국채선물 매수를 줄이고 1조6000억원을 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채권 매도세는 채권금리가 상승한 후에도 한동안 이어져 투자자들을 당황케 했다. 전문가들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한은의 저금리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예산 풀어 경기부양… 2020년 한국경제 볕들까
송민규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축효과가 나타난다”며 “외국인들이 채권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채권선물을 매도해 채권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의 한계는 실물경제에서도 지목된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현금으로 지원하다 보니 재정지출 없이는 자력으로 성장할 수 없는 ‘식물경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86%로 미국(109%) 일본(107%) 독일(9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910만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3.8%에 달한다.

기업부채비율도 지난해 기준 GDP 대비 101.7%로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는 주요 국가들의 기업부채 비율 평균값(94.0%)보다 높다.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공공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재정지출이 상당 폭 이뤄졌는데 실물경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명목 성장률, 가계소득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지표가 좋아졌지만 가계부채가 늘어 경제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물경제가 더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구조조정과 재정지출 효율화와 같은 재정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