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한산한 제주 도로 모습. /사진=정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줄었어. 원래는 줄을 섰거든.”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A씨(여·52)가 제주에 체류했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이튿날인 3일 제주도 일대는 종일 한산해졌다.

 

특히 이날 낮 12시쯤 서귀포에 위치한 레저스포츠 경기장과 승마장은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주위에 배치된 손소독제를 틈틈이 바르곤 했다.

 

도로도 횡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선에 심어진 야자수 나무들만 바람에 흔들릴 뿐, 양쪽 차선은 오가는 차들이 없었다. 한낮 기온이 10도를 웃돌며 맑은 날을 보이는 제주였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2일 제주의 한 레저장에 관광객이 없는 모습. /사진=정소영 기자

◆ “관광객들이 먹여살리는데… ”

신종 코로나로 한산해진 제주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상인들이다. 줄어든 관광객을 피부로 느끼는 점포주들은 한숨을 쉬며 매출 급감을 우려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승마장을 운영하는 A씨(56)는 “맑은 날이면 제주의 대표 관광 중 하나인 승마를 꼭 체험하러 오는데 보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제주 관광객 확진자까지 나와 원망스런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제주시에 위치한 유명 흑돼지 전문점은 평소 식사시간대엔 1~2시간 대기는 기본이었으나 이날은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점 직원은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예전에 비해 손님이) 너무 없다. 확 줄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직원은 ‘손님이 줄어든 이유가 신종 코로나 여파 때문이내’는 질문에 한숨을 쉬며 고개만 끄덕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며 호통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한 디저트 카페 주인은 3명의 남학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매장에 들어오자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그냥 오냐”며 손부터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넸다. 해당 매장 주인은 학생들에게 “제주도민들도 확진자가 제주를 거쳐 갔다는 소리에 예민한 상황”이라며 “여행 시 감염되지 않도록 마스크 꼭 쓰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제주의 한 호텔에서 열감지 카메라와 온도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예방하는 모습. /사진=정소영 기자

◆ 무방비 상태의 호텔 '비상'

제주 호텔가도 비상이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는 호텔은 신종 코로나에 가장 무방비하게 노출된 곳 중 한 곳이다.

 

기자가 머문 서귀포시의 한 호텔은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카메라 옆에는 두 개의 손소독제가 배치돼 있고 특이사항이 있는 고객을 적어 놓는 종이도 보였다.

 

호텔 직원은 체크인하는 투숙객에게 양해를 구하며 열을 재기도 했다. 호텔 내 모든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호텔 한 관계자는 “감염증이 도래하는 시기, 위생관리도 호텔의 서비스 중 하나”라며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할테니 국가도 관리를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외국인 가득한 호텔의 직원들이 마스크 쓰며 위생관리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 /사진=정소영 기자

◆ 감염 확산에도 중국인 관광객은 그대로… 불안해 하는 내국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음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많았다. 기자가 찾은 제주시내 유명 음식점과 시장, 관광지 대부분에서 중국말이 들렸다.

 

제주로 휴가 온 전용권씨(남·28)는 관광 중인 중국인들을 보며 “불안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증인데 위험한 시기 이들이 너무 쉽게 여행을 와도 되는지 궁금하다”며 “나도 모르게 중국인이다 싶으면 피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중국인이 확진자나 의심환자이진 않지만 중국인과 마주하면 괜히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중국인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부의 무사증 일시 중단 발표 이후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것은 2002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유치를 위해 제도가 시행된 지 18년 만에 처음이다.

 

원 지사는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도하는 외국인 중 98%가 중국인”이라며 “이번 조치는 도민 건강과 안전,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정지역 유지만이 향후 사태가 진정된 후 제주 관광시장의 조속한 회복을 위한 유일한 길로 고통스러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관광업계와 소상공인 등에 대해선 “지역경제가 처한 극심한 고난을 충분히 이해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업계와 행정이 합심해 조속히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