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에 나서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며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한 키코사태가 발생한 지 12년 만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결정한 키코 배상 권고를 수용키로 의결했다.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하는 내용이다.


하나은행도 이번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의 키코 배상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8일 열린 이사회에서 키코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키코 배상 수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키코 배상액이 분쟁조정분 150억원, 자율조정분 400억원 총 550억원이란 점에서 키코 배상안의 이사회 통과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신한·우리·하나·KDB산업·대구·한국씨티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키코 피해기업 4곳에 총 255억원(피해액의 15~41%)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권은 키코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 10년이 지났고 법적 배상 의무가 없다는 점, 배임 소지가 불거질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 이사회 결정에 따라야 하고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정권 교체시 키코 배상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배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150개 기업 분쟁조정 잇따라… 2000억원 추정


문제는 지금부터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조정을 받아들이면 나머지 피해기업도 자율조정(합의 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약 150개 기업이 분쟁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배상할 금액을 최대 2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얽힌 은행은 DLF 피해자 배상과 키코 기업의 배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 DLF 배상대상 고객 661명 중에서 70.5%인 466명과 합의를 마치고 267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했다. 40% 가량 자율 배상을 완료한 하나은행은 DLF 관련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은행 본점 차원의 책임을 물어 80%라는 역대 최고 배상 비율을 결정한 바 있다.

키코와 DLF사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논란을 빚은 파생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모두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은행과 해당 파생상품 투자자 간 분쟁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DLF 사태는 은행이 신속한 배상을 결정한 반면 키코 사태는 배상 수용결정을 미루면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키코 배상은 은행 경영진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사안인데, 대법원이 사기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은행이 잘못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터라 배상 필요성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