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미국 독감 사망자 1만6000명, 코로나19 넘어서
미지의 위험과 알려진 위험… 주식시장은 알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에서만 최근에 1만6000명이 사망했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이번 시즌(2019년~2020년)에 발생한 독감 질환자 수는 2900만명이 넘는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고 평소 독감 유행 시즌에 나타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독감과 합병증으로 인해 연간 2000~3000명이 사망한다. 겨울이 올 때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주식시장에 공포감을 몰고 오면서 2월27일에는 다우지수가 1190.95포인트(4.42%) 폭락해 136년 다우지수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14.29포인트(4.61%) 폭락했고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137.63포인트(4.42%) 폭락했다.


한국에서는 코스피가 2월24일에 3.87% 폭락하고, 같은 날 유럽에서 독일의 DAX30이 4.01%, 프랑스의 CAC40이 3.94% 폭락하는 등 전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미국의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와 한국의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모두 급등했다. 2월에 고점 대비 최대 하락률은 한국 코스피가 12%, 미국 3대 지수는 16%에 달했다. 유럽 시장 또한 비슷했다.

◆코로나19 사망자 독감 사망자보다 적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이 여러 국가에서 계속 생겨나지만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엔 턱없이 못 미친다. 사회적으로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 중국 경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환자 수와 사망자 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힘들다.

시사평론가 화포(NTD TV, 2018년 2월23일)는 질병 발병을 은폐한 역사가 오래됐다고 하면서 2003년에 사스 발병 소식이 중국 정권에 의해 차단되고 미뤄짐으로써 호흡기 질환이 확산됐던 사례를 들었다.


지금은 2003년에 비해 중국의 경제 규모가 8배나 성장해 외국과의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 중국 안에 바이러스 질병이 생겨나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한해 중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1억5000만명에 달하며 지난해 12월 우한시에서 최초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출국했다. 이에 따라 경제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글로벌시장이 빠르게 동반 위축됐다.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인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가져왔었다. 바이러스의 위험도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치사율(치명률)은 코로나19가 2~3%대로 추정되는데 사스는 9.6%를 기록했고 메르스는 20~40%나 된다.

사망자 수는 사스가 29개국 774명, 메르스는 27개국 858명이었다. 코로나19의 사망자는 3월1일 기준 65개국 2981명으로 집계돼 사스 및 메르스 기록을 추월했다. 즉 치사율로는 세 질병 중 메르스가 가장 높고 코로나19가 가장 낮다. 반면에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추면 코로나19가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보이고 있다.

독감을 코로나19와 비교하면, 독감의 치사율은 2019~2020년 시즌에 미국에서 0.05%로 나타나서 코로나 19보다 적다. 하지만 감염자가 워낙 많이 발생하므로 사망자도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독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이 발생하지 않고 단순히 숨 쉴 때에도 충분히 많은 바이러스가 공기를 감염시키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전파된다.

지난 2월28일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코스피가 급락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또한 독감에 걸려도 폐렴, 뇌염, 심근염이 생길 수 있고 장기기능 부전이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평소 만성질환이 있으면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성도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이고 대유행병이 될 가능성도 대두되지만 아직은 현재의 독감 수준으로 매년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리라 상상하긴 힘들다.

또한 코로나19 인명 피해의 90% 이상 집중되어 있는 발원지 중국에서 확진자 증가 추세는 확산기를 지나 둔화되었다. 뒤늦게 확진자가 생겨나는 국가에서도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에 따라 결국은 둔화될 것이다. 확진자 중에 회복하는 사람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 ‘코로나19에 민감, 독감에 둔감’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독감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코로나19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원래 주식시장은 어떤 위험이던지 이미 알려진 위험은 무난하게 넘기는 반면, 미지의 위험은 두려움을 극대화하면서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흔히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는 단계에서 시장의 폭락이 가장 크게 나타나며, 확진자 수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단계에서는 시장이 회복하기 시작한다. 위험의 실질적인 크기가 어느 정도 선에서 제어되리라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위험은 대처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망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독감은 매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사망자가 많지만 치료제가 있고 예방 백신도 개발되어 일반 사람들에는 큰 위험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한국에서 매년 4천명~5천명이나 되지만 국가에서 교통시스템을 잘 갖추고 개인이 안전 운전수칙을 지키고 다른 차 잘못으로 인한 사고 발생까지 염두에 두는 방어운전을 한다면 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매우 낮은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19도 이번 사태가 지난 후엔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만 새로 생겨난 질병이라서 아직 공인된 치료제가 없고 백신이 없다는 점이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전염성 질병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을 더욱 잘 구축하고 질병이 창궐하기 이전 평소에도 개인이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지키며 생활한다면 독감보다 인명 피해가 적은 질병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미지의 위험 등장 시 주식 폭락

미지의 위험이 등장할 때마다 주식시장은 폭락한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교역이 줄어들면 당연히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사스가 큰 공포를 가져올 때에 전세계적으로 400억달러(약 45조원)의 손실이 나타났고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6% 포인트 떨어졌다. 발병지였던 중국과 홍콩은 타격이 더 컸었다.

중국은 200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9% 포인트 떨어졌으며 홍콩은 1분기 4.1%에서 2분기 –0.9%로 추락했다. 한국은 1분기 4.2%에서 2분기에 2.3%로 꺾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등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연구소 등 36곳 전망치 평균은 전월보다 0.2%포인트 내려간 2.9%다. 물론 사태 경과에 따라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어떤 질병이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가적, 사회적 대응력은 강화된다. 질병피해는 무한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제어 가능한 시기에 들어서면서 시장은 결국 회복된다. 1981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발병 이후 전세계적 감염병이 13번 유행했다.

그때마다 글로벌 증시는 바이러스 발병 직후부터 6개월간 평균 8.5% 올랐다. 글로벌 감염병 공포가 경기 방향성까지 바꾸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추락한 경기를 부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개인들이 일상생활에 복귀하면서 경기 회복에 힘이 실린다.

전대미문의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2009년에 세계경제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률(-1.7%, 세계은행 자료)을 기록했지만 2010년에 4.3%로 껑충 뛰어 살아났다. 지구촌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온갖 위험을 인류가 극복하면서 문명이 발전한 것을 되짚어 보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희망해 본다.

미지의 위험으로 인한 시장 대폭락은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저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진바닥이 어디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분할 매수가 바람직하다.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는 조심하는 게 좋다. 매수는 완료됐는데 진바닥 찍기 이전에 추가 급락이 오면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때 증권사에서 임의로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