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연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단숨에 0%대로 떨어져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오후 주식·외환시장 등이 끝난 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전격 소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 1.25→0.75% 사상 첫 '빅컷' 단행

한은의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오는 17일 열리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조치다. 이로써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0.5%(상단 기준)로 줄어 자본유출 우려가 감소했다.

또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의 공조체제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한 몫했다. 이날 미 연준은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스위스 등 통화스와프(달러와 해당국 통화 맞교환) 협정을 맺고 있는 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달러화 대출금리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금융회사는 물론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 스위스 등 경제 동맹국과 함께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맞선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섰다.

일본은행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기존 6조엔(약 69조원)에서 12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주식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자금 공급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과거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 2001년 9월과 2008년 10월 금융위기 두 차례로다. 당시 각각 0.50%포인트와 0.75%포인트 금리를 내렸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제로금리에 자본유출 우려가 줄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치면 시장에 불안감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3% 넘게 하락… 한은 "통화정책 완화"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대폭락해 투자자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날 코스피는 3% 넘게 하락하며 1710대까지 추락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3.99포인트(1.92%) 오른 1805.43으로 출발해 장 초반 등락을 거듭하다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8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49포인트(3.72%) 내린 504.51로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7원 오른 달러당 1226.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16년 3월 2일(1227.5원)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8.3원 내린 1211.0원에서 출발했으나 하루 중 최고가 수준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한은 측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해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