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2013년 국책은행에서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선정된 우량한 기업이다. 당시 매출은 1200억원으로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2018년 매출이 720억원까지 내려갔고 2019년 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미래가 유망하던 A사가 불과 6년 만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신용평가기관은 A사의 신용등급을 2019년 3월까지도 BBB등급으로 유지하다 같은해 말 D등급으로 전환했다. 기업신용등급은 기업이 국채·회사채 등을 갚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평가해 등급화한 것이다.
보통 ‘BBB’ 이상은 부도 가능성이 낮은 ‘투자적격 등급’, ‘BB’ 이하를 부도 가능성이 높은 ‘투자부적격 등급’ 또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한다.
명동시장에선 짧은 시간에 문을 닫은 A사의 사례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먼저 기업의 신용평가 변화를 직시하지 못한 평가기관의 역할 문제다. 재무제표 등 수치화된 정보를 비롯해 지배구조, CEO(최고경영자) 등 비재무적 정보까지 파악하지 못한 점이다.
기업대출의 부실위험을 간과한 점도 문제라는 분석이다. 기업대출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개별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1%로 전월 말(0.36%)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1월 신규연체 발생액(1조5000억원)이 연체채권 정리 규모(7000억원)보다 많아 연체채권 잔액이 7조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0.51%로 전월 말(0.45%)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0.77%로 2018년 말(0.97%)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 말(0.7%) 이후 최저 수치다. 이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신용리스크는 착시현상이 발생해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커지는 추세다. 소비심리 위축에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비롯해 대기업까지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정부가 100조원을 시장에 투입해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금융시장에선 자금난에 빠진 기업에 자금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와 자구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국책은행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에서 100조원의 긴급자금을 출자키로 해 국민의 혈세가 기업을 살리는 데 들어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기업이 신용경색 위기에 놓였지만 기업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자금지원에 앞서 고정 경비를 줄이는 등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본사를 옮겨 경비를 줄이는 B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