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름하는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고 ‘3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다시 한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머니S’는 경제·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움츠린 고용과 소비시장, 변동성이 커진 금융투자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국책·민간 연구원 40명과 국내 기업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경제해법을 알아보고 20개 대기업들이 말하는 경제정책 진단과 해법도 모색했다. <편집자주>


[Cover Story-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암울한 실적 전망, 과감한 지원 절실

지난 4월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조차 “이대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잇따라 기업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지금보다 더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 대못’을 뽑고 경영부담을 완화해 활로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다.

기업들 극도의 실적 악화 우려

‘머니S’가 공기업과 금융기업을 제외한 주요 그룹과 건설기업 20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예측불가’라는 답변이 40%로 가장 많았고 올해까지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25%로 뒤를 이었다.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답변은 20%였으며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15%였다.


기업들의 최대 걱정은 실적 악화다. ‘다소 악화’(75%)와 ‘크게 악화’(20%) 등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95%에 달했다. 나머지 5%는 예측불가라고 답했다. 연초 사업계획 수립 당시 예상했던 전망치과 비슷하다거나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재수립했다는 응답이 75%(복수응답)였고 근무제도 개편과 디지털 전환 등 일하는 방식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도 55%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IT기술 기반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장으로 출장이 어려워지면서 현지와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경우 화상회의를 활용하고 있다”며 “일상 업무에서도 최대한 직접적인 접촉을 배제한 업무시스템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자금집행을 중단하거나 유예했다는 답변과 자산매각 및 계열사 정리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중이란 응답도 각각 30%였다.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기존의 인력도 감축하는 등 인력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란 답변(5%)도 있었다.

정부가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기업의 경영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기업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부의 기업 지원대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5%(‘다소 부족’ 60%, ‘매우 부족’ 15%)가 현재의 정책이 ‘부족하다’고 했다. ‘만족한다’는 의견은 20%에 그쳤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도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인데 현재 정부의 지원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기업 규모를 가릴 것 없이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풀고 세제지원 나서야"

기업들은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적으로 원하는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투자촉진을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응답이 65%(복수응답)에 달했다. 유정주 팀장은 “정부의 규제완화는 벤처 중심으로 이뤄져 기업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는 큰 규모의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완화를 비롯한 세제혜택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도 60%였다. 한국은 2018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지방소득세 포함)로 높였다. 최근 10년간 주요 선진국(G7)들이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평균 5.4%포인트 인하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은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위기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투자여력을 보존하려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낮추고 최저한세율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출금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5%였고 탄력근로 확대 및 최저임금 동결 등을 통해 경영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답변도 20%로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또 고용 및 R&D 비용 등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15%)와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신산업 지원 확대(10%)를 요청했다.

유정주 팀장은 “정부의 지원책은 규모가 너무 작고 대부분 금융사를 통해 집행된다”며 “기업이 금융사에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유동성을 높이고 그 영향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도록 하려는 매커니즘인데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이 집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집행하는 등 추가적인 자금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항공, 유통, 여행 등 피해가 심각한 업종에 대한 특별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5%)도 있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외에 국내 주요산업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규모와 속도 면에서 지금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기업의 애로점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