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지구온난화, 인류에 다가오는 또 다른 형태의 위험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손이 꽁꽁꽁 (꽁) 발이 꽁꽁꽁 (꽁) 겨울바람 때문에...’


이런 노랫말처럼 강추위가 수시로 몰아치는 겨울에 밖에 나오면 손과 발은 물론 얼굴까지 꽁꽁 얼어붙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은 등교하면 교실 한가운데 놓인 석탄 난로에서 손과 발을 녹여야 했다.

1960년대에 서울을 지나는 한강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러 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기온이 상승해 지금은 한강이 잘 얼지 않아서 예전 같은 풍경은 사진에서나 볼 수 있다.


지난 겨울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 기온

특히 지난겨울은 기상청이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이 올라갔다.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1981~2010년)보다 2.5도나 높은 3.1도를 기록했다. 겨우내 평균 최고기온은 8.3도, 최저기온은 영하 1.4도로 이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인 한파가 하루도 없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겨울인데도 주로 비가 내려서 적설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강의 얼음은커녕 눈 구경조차 하기 힘들게 됐다. 시베리아 지역이 고온 현상을 나타내면서 북서풍의 차가운 정도가 약해져서 한반도가 따뜻해진 것이다.


또한 북극 지역에서는 찬 공기를 머금은 저기압 덩어리가 평년보다 강해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했으며, 서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아 따뜻한 남풍이 한반도로 들어왔다.

‘세계 위험 보고서’ 환경문제 1~5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을 수록한 스웨덴의 ‘글로벌 챌린지스 파운데이션’(GCF)의 2018년도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 생태계 붕괴 등 환경 문제가 10가지 위험에 올랐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는 기상이변,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재난을 발생 가능성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2006년부터 15년째 매년 발표된 ‘세계 위험 보고서’에 환경문제가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제 지속가능성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가 52개국 222명의 과학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수록한 ‘퓨처어스 위험 보고서 2020’도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세계 5대 위험’으로 기후변화 대응 실패, 기상이변,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물 부족을 꼽았다.

지구온난화는 환경단체의 음모라는 설이 한때 있었다. 미국에서 마이클 크라이튼은 기후연구기관이 수집해 발표한 자료에 ‘지구 온난화 추세가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2004년에 발표한 소설 ‘공포상태’(State of Fear)는 환경테러 단체가 지구 온난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온변화 기록을 조작하고 자연재해까지 인위적으로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구온난화는 그 실체에 대해 환경단체와 산업계의 논란이 있었지만 정설로 자리 잡고 지구촌 미래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대두됐다.

지구 온난화 다양한 위험 영화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미래의 모습은 여러 영화에 그려졌다. “지구의 먼 미래, 극지대 빙산들이 녹아서 지구 표면을 온통 물로 덮어버렸다. 살아남은 자들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갔다.” 워터월드(1995년, 감독 케빈 레이놀즈)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인류의 문명이 물속에 가라앉게 되자 바다에 뜰 수 있는 구조물을 인공섬처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명중률이 높은 무기로 무장하고 최첨단 해양 보트와 제트스키를 타고 다니며 노략질하는 해적 집단 스모커들과 피나는 사투를 벌인다.

워터월드 생존자들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드라이랜드(Dry Land)를 발견한다. 하지만 귀에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려있고 물속에서도 호흡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진화한 인간이 됐기에 아이와 아이의 보호자만 드라이랜드에 놓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이 지금처럼 계속 지속되면 결국은 먼 미래에 어떤 위험이 지구에 닥칠까 우려하게 만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투모로우(2004년,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는 지구온난화가 야기하는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다루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 흐름이 바뀌게 돼 다른 지역이 오히려 빙하로 뒤덮이는 상황을 표현했다.

기상이변과 재해의 과정 및 원인을 현실적으로 묘사해 지구온난화를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엄청난 제작비(1억2500만달러)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화려한 볼거리도 제공해준다.

남극의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기후학자 잭 홀박사가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해 발표하지만 비웃음만 당한다. 얼마 후 아들이 탄 비행기가 이상 난기류를 겪게 되고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 증세가 나타나면서 해양 온도가 13도나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잭이 가급적 많은 사람의 생존을 위해서는 북부의 사람들 이동시키기 너무 늦었으니까 중부지역 사람들부터 멕시코 국경 남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때 관료들과 갈등을 겪는다. 이런 모습에서는 위기에서 전문가 견해가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뒤늦게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그럼에도 잭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북쪽 뉴욕으로 향한다. 극한 상황을 용감하게 헤쳐나가는 아버지를 비롯해 주인공들의 휴먼스토리는 감동을 준다.

부통령의 연설이 명대사로 남는다.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분노한 자연 앞에서 인류의 무력함을.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지구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우리가 틀렸습니다.”

설국열차(2013년, 감독 봉준호)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 성층권에 인공냉각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부작용으로 나타난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눈 덮인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과학적으로 보면 현실성과 거리가 멀지만 기후재난 위험을 인간 스스로 자초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그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환경문제 사람의 경제활동으로 발생

신종 바이러스는 자연에서 생겨나지만 환경문제는 사람의 경제활동에 직접 관련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사회 활동이 줄어들자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산업국가에서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격리 조치로 교통량이 감소하면서 미국 대도시권에서는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가 간 이동을 막으면서 항공기 운항이 크게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산업활동이 40% 이상 감소하고 석유소비도 1/3 이상 감소하면서 탄소배출량이 25% 이상 감소했다.

영국 BBC는 “코로나19의 첫 발병지인 우한을 중심으로 이산화질소가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 감소했다”면서 대기오염물질의 이 같은 급격한 감소가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스탠포드대 마셜 버크 교수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당시 중국 내 수많은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에 따라 대기가 깨끗해져서 5만~7만5000명의 조기 사망이 막았다고 추정했다. 즉 대기오염 경감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20배나 더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는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의 25% 이상을 차지해 “감염증 확산으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편다면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다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러스 전염병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피해도 빠르게 나타나지만 자연 소멸이 되지 않으면 과학의 힘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막아낼 수 있다. 반면에 기후변화는 느리게 나타나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되돌이키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된다.

변화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병들어가는 지구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으며 산업 발전과 기술 개발 및 제품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할지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