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성신양회는 불량 레미콘을 유통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국토부가 경찰과 함께 공조해 조사한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경기도 파주와 용인 등지에서 선보인 일부 아파트가 값싼 불량 레미콘으로 지어졌음에도 당국과 건설업체는 물론 심지어 주민들까지 동조해 이를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는 1967년 설립된 성신양회. 상장업체인 이 회사는 국내 레미콘업계 3~4위로 지난해 매출액은 국제회계기준(IFRS) 약 7074억원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성신양회는 불량 레미콘을 유통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국토부가 경찰과 함께 공조한 수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레미콘은 시멘트, 자갈, 모래, 혼화재 등으로 만든다. 성신양회는 비싼 시멘트 비율을 최대 40%로 줄이고 값싼 혼화재 비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당 매출을 올렸다. 이렇게 올린 부당 매출이 900억원에 달했다. 불량 레미콘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성신양회에 벌금 2000만원만 처분됐고 관련된 전현직 간부 5명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같은 불량 레미콘을 납품 받아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업체에는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5개사가 포함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성신양회는 2016~2018년 수도권 일대 아파트와 공장, 고속도로 등 270개 현장에 불량 레미콘을 납품했으며 지금까지 대다수 주민들이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문제가 된 지역은 파주와 용인의 아파트, 구리공장 등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아파트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2016~2018년 파주와 용인에서 아파트를 시공한 업체는 D건설과 G건설 등 대형업체다.


일부 주민은 아파트가 불량 레미콘으로 시공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자칫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체들 역시 레미콘업체에 속아 불량 레미콘을 비싸게 납품받아 놓고도 성신양회에 손해배상 청구는커녕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청원까지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엔 레미콘 강도가 약해도 건물이 당장 무너질 위험은 낮다는 판단도 포함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을 만들 때 시공업체가 제공한 주문서에 따라 원재료와 물 등의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데 불량 레미콘을 속여서 납품하고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일정 강도 이상이 나와서 감리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강도가 약할 경우 당장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낮다고 하더라도 하자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지을 땐 철근 등도 함께 시공하기 때문에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낮더라도 벽을 손으로 긁으면 콘크리트가 떨어지거나 균열이 일어나는 등의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7월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조해 레미콘 배합비율의 조작이 의심되는 15개 현장에 대해 안전성 확인을 진행하고 인·허가 당국인 지자체 등에 품질하자가 있는 경우 사용승인 거부나 취소 조치하도록 요청했다.


올 2월엔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개정해 불량자재를 공급한 업체의 납품승인 거부나 취소를 조치하도록 했다. 산업부는 불량 레미콘을 공급한 경우 공장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산업표준화법'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