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1일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1만원 이하 소액결제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통시장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받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라며 우려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21대 국회에서 1만원 이하 소액결제 카드 수수료 면제를 담은 여신금융업법 개정안이 또다시 발의되면서 카드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을 포함한 11명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의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통시장의 가맹점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내용으로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편의점, 슈퍼마켓 등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1만원 이하의 신용카드결제가 급증하는 데다 영세한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의 경우 소액결제의 비중이 더 높은 경향이 있어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 법안 발의의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영세가맹점이 이미 우대수수료와 매출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어 소액결제 카드 수수료 면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가맹점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연 매출 규모에 따라 3억원 이하는 0.8%, 5억원 이하는 1.3%, 10억원 이하는 1.4%, 30억원 이하는 1.6%가 적용된다. 

여기에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신용카드 매출액의 1.3%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한도를 1000만원 한도로 연말에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연 매출 5억원의 영세가맹점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3%로 연간 65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 금액은 연말이 되면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라는 항목으로 돌려받아 사실상 수수료를 내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음식점·숙박업을 하는 간이과세자의 경우 매출세액공제율이 2.6%에 이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모두 신용카드로 발생하는 것을 가정해 연 매출 10억원인 가맹점은 연 1400만원의 카드수수료가 발생하는데 매출세액공제 1000만원을 받으면 400만원의 수수료만 부담하는 셈으로 실질 수수료율은 0.4%에 불과하다”설명했다.

이어 “3억원 이하의 영세 사업자는 수수료율이 0.8%, 매출세액공제율이 1.3%여서 실질 수수료율은 마이너스(-)0.5%로 오히려 카드수수료로 부담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연말 매출세액공제를 통해 상쇄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덜어졌는데 21대 국회에서 수수료 면제 법안이 또다시 발의되자 카드업계에선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12차례에 걸쳐 인하한 바 있다. 심재권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2월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액결제 수수료 면제 법안 발의와 폐기가 되풀이되면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도 재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수납제는 가맹점이 소액의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김용태 전 의원은 지난 2011년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소비자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2018년 의무수납제 부분적 폐지 등을 검토했지만 소비자 피해 등의 우려로 무산됐다.

카드사들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드사들의 전체 수익 가운데 수수료를 포함한 신용판매 비중이 70%를 웃돌아 소액결제 수수료를 면제할 경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을 의미하는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 7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2016년에는 약 4000억원, 2017년에는 약 3000억원으로 이익을 내다가 2018년과 2019년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카드사 실적이 악화될 경우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제공했던 각종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추이를 돌아보면 2007년에는 대상이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가맹점이었는데 현재 30억까지 확대된 만큼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소액 결제액도 현재 1만원 이하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2~3만원으로 올라가면 카드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료 등 공공기관에서 소상공인에게 주는 혜택은 정부가 보존을 해줄 수 있는데 카드사는 민간기업으로 수익을 내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