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에서 5년째 이어진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았다. 미국ITC가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 양사의 분쟁은 새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사진=각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에서 5년째 이어진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 준 것. 이로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의 보톡스 균주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ITC 소송서 승기 잡은 메디톡스


ITC는 6월6일(현지시각)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상 비밀침해 소송에 대한 예비판정을 내렸다.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ITC 행정판사는 10년 동안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미국 상품명 ‘주보’)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명령을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메디톡스가 공개한 ITC 예비판결 주요 내용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이다 ▲메디톡스와 파트너사인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 등이다. 이번 예비판결은 오는 11월까지 ITC 전체 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번 ITC의 예비판결에 두 회사의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예비판결을 근거로 대웅제약의 기술 도용 등과 관련한 혐의를 조목조목 짚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대웅제약 측은 현재로는 구속력이 없는 예비판결이며, 11월 최종 판결에서 국제무역위원회가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 수정, 인용 등 결정이 뒤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례에서 ITC 예비판결이 최종결론으로 도달하는 경향이 큰 만큼 뒤집힐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사례를 보면 ITC에서 예비판결 이후 최종 판결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향후 국내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메디톡스VS대웅제약 분쟁 일지./사진=머니S 김은옥 기자


ITC 결정, 남은 소송에 영향 미칠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1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양사는 국내외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내 소송은 민사,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소송, 국외소송은 앞선 ITC 소송으로 나눠진다.
이번 ITC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메디톡스가 향후 국내·외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법원에서 양측의 ITC 제출자료 등을 참고한 바 있어 이번 예비판결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형·민사 소송 중 민사가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사건과 달리 손해배상금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에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메디톡스가 손해배상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소송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엘러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민사소송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은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메디톡스에 물어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2018년 종결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민사소송을 메디톡스가 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메디톡스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불편한 법정의 원칙’으로 지정하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한국 기업인 만큼 자국 법원에 판결을 받으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당시 미국 법원의 판결을 해석하면서 국내 소송 판결 이후 다시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향후 소송 방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국내 소송에서 ITC 예비판결 등의 자료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합의냐, 끝까지 가냐’


기나긴 싸움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이 반영되면서 두 회사의 실적은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이 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급감했다. 균주 출처 관련 소송비용만 137억원에 달한 탓이다. 메디톡스도 정확한 소송비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마저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톡스 분쟁의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합의’ 또는 ‘끝장’다. 현재로선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터라 끝장을 볼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그동안 당사는 진실 규명을 표명해왔다”며 “진실을 가려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소송이기 때문에 합의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웅제약도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ITC의 명백한 오판”이라며 “이 같은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끝까지 대립할 것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소송으로 양측 모두 피로도가 쌓였다”며 “최근 메디톡스의 상황이 좋지 않아 합의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메디톡스는 국내 기관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주력품목 메디톡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제재를 받아 국내 판매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일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측이다.

따라서 메디톡스가 합의를 통해 대웅제약이 나보타로 얻은 수익을 로열티로 받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점을 찾는 게 이로울 수 있다”며 “소송비용, 시간 등 양측 모두 걸어야 할 게 지나치게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