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역학조사관·의과학자 4000명 육성…의사협회 '총파업' 반발
민주당·복지부, 당정협의로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확정
의사인력 수도권 선호 현상, 되돌리기 어렵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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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보건복지부가 23일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은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지역의사와 역학조사관, 의과학자 등 4000명을 배출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은 의사단체 반대가 극심해 번번이 좌초된 사인이지만, 당정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 선발…의사 부족한 지역의대에 인센티브
민주당과 복지부는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그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립공공보건의대 설립은 전북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정은 지역 내 의사 인력 부족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에서 총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 기준) 400명 중 300명은 지방에서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한다"며 "지역 의사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해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하고 면허 취소 처분 등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100명은 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 분야 50명과 의과학자 50명으로 나눠 양성할 계획이다. 특수전문 분야에는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이 포함된다. 의과학자는 기초과학, 제약, 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인재로 키워진다.
조 의장은 "조속한 입법절차를 거쳐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하고 2023년 개교가 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대설립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도 올해 말까지 처리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세부방안은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복지부와 교육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교육부는 올해 12월까지 '의대 정원 배정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1년 2월 대학별 정원 심사 배정, 5월엔 입시 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안은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며, 이후 의대 정원은 기존 3058명으로 돌아간다. 의대 정원은 지난 1997년 마지막으로 증원됐으며, 2006년부터 동결됐다.
의대 정원 확대는 원칙적으로 17개 시·도에 위치한 모든 의과대학이 포함되지만,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인센티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사를 육성하는 취지를 살리려면 의료기관이 많은 서울이나 경기는 별다른 혜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을 확대할 때 17개 시·도 모두를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선발 기준은) 지역에 의사와 의대 정원이 부족한지가 상당히 중요하고, 아예 (정원 확대를) 받지 못하는 시·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의대 정원은 서울 8개교 826명, 부산 4개교 343명, 대구 4개교 302명, 강원 4개교 267명, 전북 2개교 235명, 충남 3개교 182명, 대전 2개교 150명, 경기 3개교 120명, 인천 2개교 89명, 충북 2개교 89명, 경남 1개교 76명, 경북 1개교 49명, 울산 1개교 40명, 제주 1개교 40명이다. 전남은 의대 정원이 0명이다. 전체 의대 정원 중 약 34%가 수도권에 몰렸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 3.4명(2017년 기준)의 71% 수준에 머물렀다"며 "의대 정원과 공공의대를 통해 해당 수치를 OCED (평균)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의협, 8월 14일 또는 18일 총파업 예고…위헌, 설립 취지에 우려도
당정이 의욕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의사단체 반발 수위는 더 격렬해지는 분위기다. 당장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졸속적·일방적 정책'으로 규정하고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사협회가 검토 중인 총파업 시기는 오는 8월 14일 또는 18일이다. 의사협회 총파업은 그동안 수차례 이뤄졌지만 다소 동력이 약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은 생존권, 의료기관 매출과도 연결되는 문제라 반발 수위가 예전보다 심할 수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 등 의사협회 임원진은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과 복지부, 교육부를 맹비난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총파업을 포함한 집단행동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전격적으로 의사 4000명을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잘못된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 (시기를) 8월 14일 또는 18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총파업은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 교수, 봉직의, 병원장까지 의료계 모든 직역이 참여하는 의무조항"이라며 "허울뿐인 명분을 내세워 의사인력 증원 방안을 확정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의사단체 반발에 복지부는 의료계와 많은 대화를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그동안 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실제 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며 "바람직한 대안을 고민하고 확보한 결과다. 그럼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집단행동(의사협회 총파업)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사 인력이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으로 되돌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와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수도권에 의사 인력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인위적으로 지역 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의사들이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자마자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대 정원 확대는 20대 국회 때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그 당시 10년간 의무복무는 별도 법률로 제정하면 무기 없다는 국회입법조사처 해석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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