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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충북개발공사가 여직원들의 성폭력 피해 조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조처를 미루면서 가해자에게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묵살에 가까운 충북개발공사의 방관이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직원에게 특정인을 추정할 수 있을 만한 피해 내용이 흘러 들어가게 한 것이다.


2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충북개발공사가 여직원들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담긴 도내 한 여성단체의 전수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 5월 중순이다.

보고서 형식으로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 통보에는 여성단체가 지난 5월6~15일 충북개발공사 본사와 사업소 여직원 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담 결과가 담겼다.


수년간 여직원들에게 가해진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 사례는 물론 피해 회복 지원을 포함한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등의 내용도 상세히 명시됐다.

특히 여성단체는 성폭력 가해자와 관련해 피해자 의사를 반영한 피해자 분리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충북개발공사의 조처를 주문했다.


하지만 충북개발공사는 두 달이 넘도록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두 달이 넘도록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게다가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직원은 업무보고를 비롯한 결재라인의 핵심 위치에 있으면서 성폭력 피해 호소가 담긴 전수조사 보고서까지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를 진술한 사람을 특정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사실상 가해자에게 유출된 것이다. 충북개발공사의 방관이 2차 피해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업무적인 위치에서 전수결과 보고서를 열람하지는 않았다"며 "회사 내부 성희롱고충상담관이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열람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충북개발공사는 지난 22일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직원을 뒤늦게 보직 해임하고 사업소로 발령했다. 이를 두고도 일부 직원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간부직원에 대한 인사 조처가 충북개발공사 부장·실장급 이상 직원의 보직 인사와 함께 이뤄지다 보니 애꿎은 직원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오해받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뚜렷한 이유없이 관례적으로 하위 직급이 맡는 자리로 좌천성 발령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개발공사 한 직원은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공교롭게도 인사가 함께 이뤄져 가족한테까지 오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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