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연구원 이사회가 지난 3월 여직원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됐던 서종대 전 한국감정원장을 임시대표로 선임한 데 대해 국토교통부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을 뿐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이헌승 의원실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현 국토교통부(옛 건설교통부) 출신으로 한국감정원장 재직 시절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서종대씨의 주택산업연구원 임시대표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력형 성범죄의 고발을 뜻하는 '미투'(Me Too) 현상이 사회 최대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성희롱 가해자로 불명예 퇴진한 공직자 출신이 민간이긴 하지만 중앙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데 대해 해당 부처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어서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토부는 서씨의 주택산업연구원 임시대표 수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27일 밝혔다. 서씨는 올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택산업연구원 임시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이사회는 출연기관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단체장을 비롯해 학계 인사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다.

국토부는 2018년에도 서씨가 주택산업연구원장 단일 후보로 내정된 데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대변인 입장 자료를 통해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토부 허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서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전 공공기관장을 원장으로 선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영국 국토부 대변인은 "국토부 입장이 2018년과 변함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한국감정원장 재직 당시 여직원 등에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 "아프리카에서 예쁜 여자는 성노예인데 너희는 행운인 줄 알아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서씨는 2017년 2월 성희롱 발언 혐의로 한국감정원장에서 해임됐다. 이후 1년 반 만인 2018년 8월 주택산업연구원장 후보에 올라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국토부뿐 아니라 정치권도 나서서 반대한 끝에 내정이 철회됐다.


2018년에도 원장 시도… 국토위 야당은 미온적 입장

당시 성희롱 사건으로 서씨는 관련 조사를 받고 임기 종료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서 해임됐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국토부 조사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 같은 전력이 있음에도 국토부 주요 유관기관의 원장 후보로 내정되자 정부를 넘어 국회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018년 서씨 인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던 정의당도 이번 연구원의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사회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 더욱 필요한 상황임에도 연구원의 이런 처사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것"라며 "건설업계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런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한국감정원장에서 해임된 후에도 1년여간 주택산업연구원 비상근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씨 이전에 재직했던 원장을 기준으로 주택산업연구원장 1인에 소요되는 비용만 연봉과 활동비 등을 포함해 연간 3억~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원장 연봉을 외부에 공개할 순 없지만 1억원 수준"이라며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종 결재자가 필요하다 보니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씨의 성희롱 해임 사건에 대해 "2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문제를 축소하는 발언을 했지만 홈페이지의 원장 인사말과 프로필, 역대 원장 및 이사장 소개를 비워뒀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인사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진선미 위원장 측은 적절치 못한 인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 위원장 측은 "성희롱으로 문제를 일으킨 국토부 출신 인사가 임시일지언정 유관기관의 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국민적 상식에 부합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토위 야당 간사인 이헌승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공식 질의 했지만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서씨는 2017년 성희롱 논란이 확산된 당시엔 사실을 인정, 국토부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한국감정원장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은 2018년 11월과 지난해 7월 1·2심에서 패소했다. 그는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9월 국무총리비서실 세종시기획단 부단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후 2011~2014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14~2017년 한국감정원장직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