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삼성 라이온즈 '끝판대장' 오승환(38)이 키움 히어로즈 '4번타자' 이정후(22)를 상대로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해야 했다.

오승환은 지난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 시즌 12차전, 연장 10회초 이정후에게 결승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2-2 동점이던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공 11개로 이닝을 정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삼성 타선이 9회말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오승환은 10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다시 투아웃을 가볍게 잡아내며 이닝 종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김하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에디슨 러셀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1,2루 득점권 위기에 몰린 뒤 이정후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내줬다.


결국 삼성은 10회말에도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2-4로 패했다. 오승환은 시즌 2패와 함께 평균자책점이 4.58에서 5.03으로 올랐다.

이정후에게 2루타를 허용한 구종이 눈길을 끈다. 오승환은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6구째 시속 145㎞짜리 직구를 통타당했다. 전성기 시절 '돌직구'라 불린 직구의 위력이 아니었다. 구속도 밥 먹듯 넘었던 150㎞를 넘지 못했다.


이날 이정후와 승부가 주목받은 이유는 오승환이 복귀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다. 오승환은 지난 6월9일, 7년 만에 국내 복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정후나 강백호(KT)처럼 리그에 어리고 실력 좋은 타자들이 많아졌다"며 "그런 친구들하고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4차전. 경기에 앞서 삼성 오승환과 키움 이정후가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복귀 후 이정후를 상대할 기회가 없었던 오승환. 보직 특성상 승부처에서 이정후와 첫 대결이 성사됐다. 결과는 이정후의 승리. 오승환은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던지기도 했지만 결정구로는 직구를 선택, 자신이 말한 대로 "힘 대 힘"으로 이정후를 상대해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이정후는 오승환의 지목에 "영광스럽지만 나는 신인 때부터 투수 이름을 보지 않고 타석에 임한다. 이름값에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바 있다. 이정후 또한 자신의 말대로 오승환 앞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스윙으로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오승환이 한창 KBO리그에서 주가를 높이던 1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이정후는 어느새 국가대표로 성장해 오승환을 무너뜨렸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 둘의 첫 대결. 허탈하게 이정후의 타구를 바라보던 오승환의 표정에서 불혹을 앞둔 베테랑의 화려했던 시절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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