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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일제가 조선의 아동과 여성을 노역 현장에 광범위하게 동원했다는 증거들이 공개됐다.
일제는 동원된 인원을 '산업전사', '백의의 천사'라고 추켜세우며 침략전쟁을 미화하기도 했다.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일제의 아동·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해 쓰여진 신문기사·문헌 등을 공개했다.
일제의 강제징용은 그동안 여러 차례 증언 및 증거들로 밝혀졌으나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개는 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이뤄진 만큼 국민점 관심을 제고하는 의미가 있다.
공개된 문서에는 일제가 중일전쟁 이후 조선인 학생들을 본격적으로 노역현장에 동원한 구체적인 사례가 담겼다. 일제는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근로봉사를 강제했고, 처음엔 10일 정도 동원하다 전쟁이 심화된 이후에는 동원기간을 1년까지 늘렸다.
국가기록원이 소장 중인 '학도동원 비상조치요강'은 '근로가 곧 교육'이라고 표방하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이 동원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서는 1944년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각도지사와 직할학교장 앞으로 보냈다.
같은 해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경성제국대학교, 관공사립전문학교, 사범학교에 보낸 문서인 '학교별 학도동원기준'에는 학교별·전공별로 동원 방침·기간·출동시설 등 구체적인 규정이 적혔다. 일제의 조선인 학생 징용이 일상화돼 있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 중인 '산업전사'(1942)라는 도서는 산업현장에서 침략전쟁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사례를 실었다. 산업전사라는 말은 노동자도 후방에서 산업보국에 헌신한다는 의미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책에는 '건강한 반도의 소년'이라는 제목 아래 광석 조사에 헌신한 조선인 소년이 이야기가 실렸다.
1941년 5월 2일 매일신보에는 '소년공을 부른다-산업전사로 충북도에서 모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일제가 만 14세 이상 20세 이하의 청소년들을 동원해 일본 내 공장에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여성들도 강제동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일제는 여성들을 타자수, 교환원, 세탁원 등의 역할로 노역현장에 동원하는 것을 넘어 '백의의 천사'라고 선전하며 간호사로 침략전쟁의 최일선에 세웠다.
일제는 이를 위해 경성과 청진의 병원에 간호부 양성반을 설치했다. 당시 신문 기록에 따르면 일제는 간호사로 동원한 여성들에게 일본군 가미가제와 같은 자세를 요구하는 등 가혹하게 대우했다.
조선총독부 관변잡지 '가정지우'는 1939년 5월 발행물에서 일본군에 동원된 남편이 제국 국인으로서 공훈을 세우기를 밤마다 기원한다는 부인의 행적을 담았다. 후방에서 여성의 역할을 미화하고 이를 선전해 침략전쟁에 동원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일제가 방공을 명목으로 조선 사회를 전시 체제로 개편하려고 한 모습도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학생은 전부 방공부대'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학생들을 동원해 사회를 통제했다.
1941년 12월 20일 발행된 '언문 방공 독본'은 후방의 가정에서 아동과 여성이 공급에 대비해 알아야 할 여러 준비와 활동을 기재했다. 발행 시점이 진주만 공습 직후라는 점과 책자가 한글로 제작된 점을 비춰볼 때 일제가 패전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주요 문서는 14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1층 로비에서 전시된다.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기록 분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관련 사업·연구를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기관이 공동 협력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이번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향후 각 기관은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적으로 수집·정리·분석·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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