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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용산이 너희 땅이냐!’ 8월16일 일요일 오후 용산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임대주택 건설 반대’를 주장했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유휴지 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 시내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역 인근에 아파트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집값 기대 수익률이 높은 지역에 임대를 포함한 주택을 늘리면 부동산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일각에는 임대촌, 슬럼화 등 임대주택을 비하하는 표현도 등장해 공공임대에 대한 시민의식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을 보면 공공임대 의무비율이라는 허울만 썼을 뿐 10년 전매제한으로 설계돼 사실상 최종 목적은 분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공공임대로서 주거복지 기능을 상실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공산이 크다. 20~30년 장기임대나 영구임대가 아닌 공공임대는 현재 부동산이 안고 있는 집값 불안의 뇌관을 연장시키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공공재건축은 어떤 방식?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8월4일 ‘공급’ 카드를 꺼냈다. 공급 물량을 늘려 집주인 중심의 시장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켜 집값 안정화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복안.서울에서 공급물량을 늘리는 해법은 용적률 상향이 거의 유일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땅에 고밀개발 만이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공급유형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유자 3분의2가 동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핵심은 기부채납.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높이고 최대 50층까지 재건축을 허용할 방침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 즉 임대주택 비율을 늘려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50% 이상은 장기공공임대, 50% 이하는 무주택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임대방식은 행복주택이나 청년층을 위한 장기임대로, 공공분양은 일정 지분만 매입하고 나중에 지분 규모를 늘려 최종 100%를 매입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재건축 후보 아파트는?
서울시 산하 SH는 지난 8월12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3040세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과 주가비용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브랜드 ‘연리지홈’, 5060세대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연금형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모델 ‘누리재’를 공개했다.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20~40%만 내고 20~30년 동안 거주하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형태다. ‘연금형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자율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노후주택 소유자가 원할 경우 기존주택을 공공에 매각한 뒤 공공임대에 재정착, 매각대금에 이자를 더해 10~3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는 모델이다.
이 같은 방식의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 추진된다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등이 유력한 적용 후보다. 이들 단지는 1970년에 지어져 준공 40년을 훌쩍 넘은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단지지만 서울시의 층수 제한 규제에 막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조합의 불만은 가득한 상황. 각 조합은 수지타산을 따져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대책 발표 직후 조합의 반발은 실제로 더 거센 분위기다.
은마아파트 한 조합원은 “정부의 계획이 우리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건데 그러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조합원은 “기부채납은 강탈 수준”이라며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고밀재건축은 주거환경에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속내는 개발이익 감소 우려돼
그동안 층수 제한 완화를 요구하던 조합이 갑자기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상 임대주택 증가와 집값 하락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개발이익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불가피하게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주환경이나 도시경쟁력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양적 증가가 질적인 악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8·4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공공재건축은 조합 관점에서 주거환경 저하 우려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해 인센티브가 미약하다”며 “정부가 원하는 시기와 지역에 주택공급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용적률 증가로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높은 기부채납 비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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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김창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