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실리콘밸리가 부상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미화하는 새로운 성공 모델이 등장했고 ‘일 중독자’들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노동 방식은 개인·기업·경제에 큰 대가를 요구한다. 과도한 노동에 노출된 개인은 만성 질환과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더 높고 창의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잘못 설계된 업무방식 탓에 치러야 하는 건강상 대가는 흡연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노동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역효과를 가져온다. 과도하게 일하는 직원은 제대로 휴식을 취한 직원보다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업무 집중도가 더 낮고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더 크다. 참여도가 더 떨어지고 심지어 직업윤리를 무시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100여 년 전에 굳어진 하루 8시간의 노동시간을 오늘날까지 유지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에 직원의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주당 37.5시간으로 단축했고 2017년에 주 35시간으로 더 줄였다. 김봉진 대표는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려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세운 목표는 더 집중해서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작년 여름 한 달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이 기간 생산성은 전년 대비 39.9% 증가했다. 주4일 근무제에 대한 회사 설문에서 직원의 92.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한 연구 결과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 지도자의 64%가 직원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봤고 77%의 근로자들은 이를 삶의 질 향상과 연결시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실시한 기업도 많다. 몇 년 전부터 일부에서만 이야기가 나오던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 셈. ▲직장인의 번아웃 ▲워라밸 ▲생산성 향상 ▲성 불평등 ▲조기 은퇴에 따른 막대한 간접비용 ▲공중 보건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 등에 대한 해법으로 근무시간 단축제도가 떠오른 것이다.

실리콘밸리 경영 컨설턴트인 ‘쇼터’의 저자는 근무시간을 단축한 전 세계 100여 곳의 기업을 직접 취재해 그들이 어떻게 단축근무제를 실행했고 어떤 대가와 혜택이 따랐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이 책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주 4일 근무가 통할지 말지를 놓고 더이상 논쟁 벌이지 말라. 지금은 ‘어떻게 하면’ 근무시간 단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를 물어야 할 때”라고 평했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