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잇단 변종의 출현으로 백신이 위태롭다. 아직까지 병원력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이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6개월 뒤에는 어떤 변종이 출현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사진=셀트리온

전세계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위태롭다. 백신이 완성되기도 전에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 관찰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백신이 완성되더라도 변종 바이러스 출현이 백신의 예방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무용론도 제기된다. 다만 백신의 역할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기에 섣부른 접근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보고된 이후 6월28일 전세계 누적 확진자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8월10일엔 2000만명을 넘어섰다. 1000만명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면 두배로 불어나기까지는 불과 한달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레 전파가 빨라진 이면에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RNA 바이러스 계통인 코로나19는 염기가 일렬로 이어져 변이가 잘 이뤄진다는 게 의학계의 진단이다. 특히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질수록 변이율은 높아진다. 8월19일 기준 WHO가 운영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GISAID)에 보고된 유전자 변이 수는 8만3322건에 이른다.

변이와 빨라진 유행


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S, V, L, G, G그룹에서 변이한 GH.GR 등 총 6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S·V형이 유행했다면 전세계 확산세가 급속히 빨라진 현재 변이 유형은 G그룹(GH·GR)으로 진단된다.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미국과 영국의 공동 연구논문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GH형의 전파력은 초기 유형의 최대 6배에 이른다. 연구팀은 GH형이 기존 S·V 형보다 바이러스 농도가 6배 이상 높았으며 이는 곧 전파력과 연관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도 GH형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검체 776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4월 초 이전엔 S·V형이 다수였지만 이태원 사태를 이후로 GH형이 다수 검출됐다. 돌연변이가 이미 유행의 중심에 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 연구현장 찾은 안일환 기획재정부 차관_사진=뉴스1 DB

백신 개발 어떡하나


문제는 백신 개발 속도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더 빠르게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S타입에서 G타입 유형으로 바뀌는 데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또 다른 유형의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칫 병원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로 돌변할 경우 개발 중이던 백신이 쓸모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백신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종의 출현은 최근 한국의 해외유입 확진자에게서 관찰되기도 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해외 입국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새로운 변이 3건이 확인됐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뾰족한 돌기 단백질로 사람 세포 속에 침투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 변이에 따라 감염력이나 병원력 등이 기존 바이러스와 달라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우선 이번 변이를 WHO에 보고하고 추가 분석해 감염력 등의 변화를 확인해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까지 나타난 바이러스 변이는 백신 개발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신의철 카이스트 임상면역학 교수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이러스 변이의 경우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며 “변이된 바이러스가 백신 개발 여정을 방해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 변이 속도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보다 낮다”며 “숙주로 전파 과정에서 변이가 축적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문제가 있는 변이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신 개발은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이후에 가능하다”며 “다만 현재 G타입에서 계속 변이가 이뤄져 6개월 뒤에는 X형도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에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확진자 현황./사진=김영찬 기자

백신 우선 개발하고 본다


업계는 코로나19의 변이가 백신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백신 개발업체는 일정대로 개발을 완수한다는 게 목표다. 한국에선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이 DNA 기반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DNA백신은 바이러스를 직접 넣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DNA 조각을 넣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이 백신은 바이러스 변이를 예상해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진입한 제넥신은 현재 초창기 우한에서 발생한 S타입 코로나 바이러스 DNA를 가지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제넥신이 S형 바이러스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어 백신이 완성되더라도 현재 유행하는 G형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예방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의 변이된 유형은 백신 개발에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도 맞지만 우리 백신이 효용성이 없다는 근거도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백신 완성 이후 변종에 효과가 계획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임상을 재시작한다는 게 제넥신의 입장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분명 변종의 출현은 백신 개발 업체로선 달갑지는 않다”며 “백신 개발이 완성된 이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현재로선 임상1상부터 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부분이다”면서도 “다만 개발에 성공한 뒤 시험한 항목들에 대해 정부의 인정을 받게 된다면 임상2상 또는 3상부터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