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열린 제38회 법원행정고등고시 제1차 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8.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사기업이 어떤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취준생으로선 답답하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의 시름과 불안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줄어든 기업의 신규채용 규모가 회복되지 않고, 시험 일정이 계속해 바뀌며 취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 우려가 지속되면서 도서관 등 공부할 공간마저 줄어들고 있다. 헬스장과 노래방 운영도 중단돼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단 역시 마땅치 않아 취준생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4년 대졸 신입직 채용계획' 조사결과,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를 걷던 상반기에도 주요 기업들이 공채 일정을 연기하거나 신입 공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줄어든 신규 채용규모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 앞에서 취준생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지쳐 있다.


올해로 2년째 사기업 취업에 도전하는 서지연씨(가명·25)는 불확실한 취업 전망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씨는 "채용공고가 그나마 상반기보다 늘었지만, 작년보다 확연히 줄었다"며 "최근엔 지원하려는 기업들이 인턴과 일반전형을 통합하며 공채 규모를 줄이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답답해 올해까지만 서울에서 취업 준비에 도전하고 내년부턴 고향에 내려가 공무원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어진 감염병 사태에 급기야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었던 A씨는 최근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계기로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가 곤경에 처하며 채용 인원이 급격히 줄어 목표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며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다른 바이러스가 많이 생길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기업들도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에 공채 선발인원을 줄이거나 수시채용으로 바꾸고 있어 취준생의 취업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대기업은 삼성과 롯데·포스코를 비롯해 손에 꼽힐 정도였다. 현대차그룹과 KT, LG그룹은 대졸 신입공채를 폐지하면서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시험 일정이 자주 변경돼 취업 준비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았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씨(26)는 "이미 시험이 한차례 연기됐는데 앞으로도 연기될까 겁난다"며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 후 공부하는데 시험이 미뤄지면 공부에 차질을 빚는다"고 호소했다.


2년째 고시에 도전하는 신모씨 역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신씨는 "주변에선 시험이 밀리면 더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한번 계획이 틀어지면 마음잡기 더 힘들어진다"며 "주위에서 심리적인 타격을 입고 공부를 놓는 경우도 많이 본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 관련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0.8.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일부 취준생들은 감염 우려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땅한 학습공간을 잃고 울며 겨자먹기로 집에서 공부해야만 한다. 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며 느끼는 답답함과 함께 학습에 생기는 차질을 호소했다.

서씨는 "원래 값이 저렴한 대학교 카페를 자주 이용했지만 지금은 학교가 졸업생 출입을 막아 그냥 집에만 있다"며 "좁고 어두운 원룸에서 종일 공부하려다 보니 공부도 안 되고 답답하다"고 얼굴을 흐렸다.

김씨는 "원래 학교 도서관을 애용했지만, 학교에서 도서관 이용 시간을 단축해 그냥 집에만 공부한다"며 "카페라도 가고 싶지만 않던 지출을 하게 되고 카페에서의 감염도 우려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집에 계속 있다 보니 외롭고 답답하다"며 우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취준생도 있었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안기영씨(26)는 "운동이 공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수단인데 몇 달 전처럼 또다시 헬스장이 폐쇄될까 겁이 난다"며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데 스트레스도 마음껏 못 푸는 상황이 뭔가 싶다"고 답답해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크게 줄면서 취업 준비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했다. 2년째 사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김성훈씨(가명·27)는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이슈가 나오더니 아르바이트 경쟁률도 심해져 한 달째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며 "앞으로 코로나가 지금보다 심해지면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안씨도 "내 친구가 얼마 전 아르바이트에 합격했는데, 최근 코로나 확산 이후 사장에게서 '9월부터 일하자'고 통보받았다"며 "정부에서 취준생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많이들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2679만9000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만9000명이 줄었다. 이는 코로나 여파로 상반기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6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이런 취업자 감소현상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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