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시도그룹 회장.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3000억원대 과세 처분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9년 넘게 이어진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소송을 재차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권 회장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무부는 국세청장 등의 요청에 따라 2011년 6월 권 회장에게 출국금지처분을 내린 뒤 계속해서 기간을 연장했고, 지난 2월에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권 회장이 국세 체납 처분을 회피하고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목적으로 출국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권 회장 측은 "출국금지는 심리적 압박으로 자진납세를 강요하는 조치로써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상당한 세액을 자진납부했고 재산을 은닉하거나 해외에 도피시킨 정황도 전혀 없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또 "지난 10년간 출국금지 처분이 계속 연장된 결과, 해외에서 영위하던 선박용선 사업 관련 자산은 채권자에 의해 처분됐거나 손실이 더욱 커져 법인의 자산가치가 거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간 수차례 법원에 같은 소송을 제기해온 권 회장은 이번에도 패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해외로 출국할 경우 국내에 은닉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해외에 있는 재산을 더욱 용이하게 은닉하는 방법으로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권 회장이 충분한 자력을 갖추고 있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와 결단에 따라 국세·지방세 체납세액 상당액을 납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회장은 거액의 국세 및 지방세 체납의 부담으로 향후 국내 거주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고 외국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만일 권 회장이 출국 후 국내 자진입국을 하지 않게 된다면 국가의 과세권 행사가 더욱 어렵게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내에 존재하는 권 회장의 처 명의 부동산이나 관계 회사 명의의 부동산이 실질적으로 권 회장의 차명재산이라고 볼 개연성이 상당하다"며 "실제로 권 회장은 국내나 해외에 있는 실질적인 자기 소유의 재산을 은닉해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회피하거나 회피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권 회장 측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이번 처분을 통해 체납자의 재산 해외도피를 막아 국가의 조세징수권을 확보하려는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현저히 균형을 잃은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12년 세무당국이 부과한 소득세 3000억여원에 대해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라 추징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1990년 현대자동차를 그만두고 1993년 일본에서 해운업을 시작해 한때 250척의 선단을 보유하며 '선박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권 회장은 탈세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220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지만 2016년 대법원이 그중 2억여원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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