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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됐다. 정부와 여당은 노사 공동결정 체계가 자리 잡으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인다. 반면 재계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힘의 균형이 노동계에 치우친 상황에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것이라고 반발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논쟁에 과연 해답은 있을까.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에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기업으로의 확대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다. 주요 경영현안에 노동이사가 반대표를 던지거나 노동자 편을 들게 될 경우 의사결정이 늦춰지는 등 경영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 명문화’ 재논의
노동이사제는 말 그대로 기업이나 기관의 노동자가 직접 선출한 이사를 회사 상임이사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경영진의 독단적인 전횡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로 꼽힌다.현재 서울·경기·광주·인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부문에 한해 시범적으로 노동이사제 모델을 운영 중이긴 하나 법률적으로 제도화된 게 아니어서 노동이사에 대한 자격이나 직무 등에 대한 규정이 지역별로 중구난방이고 제도적인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노동자 측 이사가 노골적으로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재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도입이 차일피일 늦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 중 하나로 노동이사제의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해 도입을 추진하려 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최근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영전권’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의 참여를 배제해 왔다”며 “노동자 경영참여운동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지만 민주주의는 유독 직장 문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작동을 멈췄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당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재점화 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전국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상임이사에 ‘2인 이상’의 노동이사를 포함하고 ▲노동자 수가 500명 미만인 공공기관은 ‘1인 이상’ 노동이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업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우선 노동이사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이유는 경영의 준법성·투명성에 대한 책임이 민간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대상은 정부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340여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보고 싶다”며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주주와 종업원이 함께 이끌어가는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중에서다.
한전은 2018년 8월 노·사 단체협약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문화했지만 제도 시행 근거를 담은 법률 공운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돼 실제로 도입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운법은 176석의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노동이사제 도입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상호 감시’ 순기능 봐야
특히 이번 개정안은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하지만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민간기업으로의 확산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가 커진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제도를 도입한 뒤 이후 4대 대기업, 10대 대기업으로 순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업구조조정,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이 지금보다 더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내에서의 근로이사와 일반이사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인수합병, 임금결정,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해당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에 매몰되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노조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노동이사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노동자의 권익증진을 넘어 기업의 최고결정기구에 견제장치를 마련해 경영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갖추는 데 있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을 더 높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이사의 경영참여는 노동자의 경영진 감시뿐 아니라 경영진의 노동자 감시라는 상호감시의 측면도 있다”며 “노·사가 서로의 불합리한 부분을 견제하며 상호 보완점을 만드는 제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노동자의 경영참여 순기능 중 하나는 상호감시를 통한 자기 규제와 조직의 합리화 효과”라며 “상대방에 대한 정보량이 증대하면 참여자는 함부로 규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수칙, '의무'이자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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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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