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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에 중국자본 주의보가 울린다.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빌미로 핵심기술과 인력만 유출한 뒤 다시 매물로 내놓거나 정리하는 ‘먹튀’ 사례가 빈번해서다. 한국 증시에 입성한 뒤 투자자 돈만 챙기고 철수했던 전례도 잦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의 빈틈을 노리는 ‘차이나 머니’의 민낯을 들여다 봤다.
최근엔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배터리 등 미래먹거리 분야의 한국 인재를 뽑아가려는 중국기업이 늘면서 인재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커지는 중국 매각 반대 목소리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두산모트롤BG’(사업부)는 최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모건스탠리PE와 국내 PEF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초 전략적 투자자(SI)로 중국 국영기업 서공그룹(XCMG)이 유일하게 참여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지만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한 노조·지역여론의 반대를 감안해 중국자본에 모트롤BG를 넘기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XCMG의 인수 참여가 가시화되자 노조는 매각 반대시위를 벌였다. 지역구 의원인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도 “유압기기 부품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모트롤BG가 중국에 인수될 경우 국내 핵심기술이 유출되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중국으로의 매각 반대가 불거진 사례는 비단 모트롤BG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한전선도 중국 매각설에 휘말려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연초부터 전선업계에서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한전선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
당시 대한전선 측은 “매각과 관련해 중국 업체와 어떤 접촉이나 협의도 추진하지 않았다.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 및 검토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특히 대한전선이 보유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가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금호타이어도 2018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될 당시 노조와 지역사회의 첨예한 반대에 직면했었다. 당시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고용보장과 노조활동·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하면서 매각이 성사됐지만 2년이 흐른 현재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 사내 협력업체는 금호타이어가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인수된 후 도급액이 낮아져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자본여력이 있는 중국이 M&A에 나서는 것인데 과거의 먹튀 전례가 있다 보니 노조의 반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래기술 인력유출 어쩌나
중국으로의 인력유출에 대한 위기감도 커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추진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발맞춰 중국 기업도 최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인재를 빼갔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2~3배에 달하는 높은 연봉뿐 아니라 어학교육비·주택보조금·연2회 왕복티켓과 자녀 교육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조건 등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기업에서는 아예 한국 인재 영입 대상 기업명을 노골적으로 명시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JHICC)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했다.
문제는 고급인력이 유출될 경우 중국기업이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핵심역량을 강화할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8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D램 반도체 설계 담당 전직 임원에 대해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D램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 것이다. 해당 임원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산업부 장관의 표창을 받은 인물이었다.
최근에는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는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의 인력유출이 문제로 부각된다.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은 지난해 대규모 채용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 연구·개발(이하 R&D) 인력에게 기존 대비 3~4배 이상의 연봉 등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한국인재 영입에 나선 바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기술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기술인력 확보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이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이 크게 우려된다”며 “적극적 지원 제도를 통해 인력 및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선경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부장은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외국의 경우 하이테크 산업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급여체계 탄력성과 처우조건이 보장되는 반면 한국은 임금 체계 유연성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재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2~3년간 동종업계 취업금지 등의 예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낮고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고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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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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