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한 팬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브라이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반적으로는 각 리그가 시작했어야 하는 지난달 말, 유럽축구는 길고 길었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이 8월 마지막 주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일반적으로 8월 말은 유럽 대부분의 리그가 개막전을 갖고 초반 레이스를 펼치는 시기다. 그 시기에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담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졌다는 건 우리의 일상이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는 걸 암시하는 표식과 같았다.

유럽축구가 또 다시 위기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를 뚫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철저한 방역조치와 뼈를 깎는 무관중 경기 강행으로 대부분의 리그가 '안전히' 끝났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가진 약간의 방심이 또 다시 축구를 공격한다. 이번에는 그동안 피해가 적었던 선수단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이미 지난 시즌 3개월여의 '축구 공백기'를 겪었던 팬들로서는 또다시 축구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번 축구계 2차 유행의 특징은 대중들도 알만한 유명 스타들이 대거 감염됐다는 것이다. 1000억원대를 호가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코로나19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파리 생제르망은 공격수 네이마르(사진)를 비롯해 6명의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로이터
대표적인 스타는 네이마르다. '갑부 구단'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인 네이마르는 지난 2017년 FC 바르셀로나를 떠날 당시 2억2200만유로(한화 약 3130억원)라는 천문학적 이적료를 기록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앞으로도 깨질 가능성이 희미한 역대 최다이적료 기록이다. 세계 최고 몸값을 기록한 네이마르는 파리에서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동료들과 클럽을 찾고 여자친구와 선상 파티를 하는 등 유흥을 즐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같은 모습이 결국 독이 된 걸까. 네이마르는 시즌이 끝난 뒤 동료들과 스페인 휴양지 이비자 섬을 찾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PSG 구단은 휴가 기간 이비자 섬을 방문한 네이마르, 앙헬 디 마리아, 레안드로 파레데스 등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밝혔다. 이튿날에는 이들과 함께 이비자 섬에 머물렀던 마우로 이카르디, 마르퀴뇨스, 케일러 나바스 등이 추가로 감염됐다. 불과 이틀 만에 확진자 6명이 쏟아진 PSG는 새 시즌 준비에 난항을 겪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스타 플레이어 폴 포그바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억500만유로(약 1480억원)의 이적료 기록을 보유한 포그바는 맨유 구단 역대 최다이적료 기록의 주인공이다. 그 역시 최근 프랑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돼 가족과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프랑스 대표팀 동료인 탕귀 은돔벨레도 확진 판정을 받아 덩달아 프랑스 대표팀에서 빠졌다.

첼시 선수인 크리스티안 풀리식, 태미 에이브러햄, 피카요 토모리(왼쪽부터)는 휴가 기간 그리스에서 다함께 휴가를 즐겼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 등 제대로 된 방역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풀리식 인스타그램 캡처
첼시에서는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다. 태미 에이브러햄, 메이슨 마운트, 크리스티안 풀리식, 피카요 토모리 등 젊은 주전급 선수들이 휴가 기간 그리스를 찾았다가 코로나19에 걸려 돌아왔다. 이들은 모두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다비드 실바(레알 소시에다드), 아다마 트라오레(울버햄튼), 티보 쿠르투아(레알 마드리드), 디에고 코스타, 산티아고 아리아스(이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소속팀을 긴장시켰다. 다행히 일부 선수들은 재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급속도로 퍼지는 선수단 내 바이러스 확산은 유럽 축구계를 긴장하도록 만들기 충분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 상위권을 달렸다.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빠르게 넘어서며 축구계도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프로축구 선수들이 잇따라 감염돼 한때 선수 확진자들로만 세자릿수가 채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 노하우와 철저한 조치 등이 더해지며 점차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됐고 5월 이후로는 프로축구를 재개할 수 있을 정도까지 상황이 호전됐다.

작금의 상황은 지난 1차 대유행이 유럽을 휩쓴 지난 3월을 연상하게 한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1만명에 근접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수천명의 확진자가 다시 나온다. 잠잠해졌다고 평가받던 영국은 누적 사망자 4만1527명(4일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5위권이다. 잠깐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2차 대유행을 부른다. 가까스로 팬들 곁에 돌아온 축구가 선수들 스스로의 안일함 탓에 다시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