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성폭력 고소 내용이 달라졌더라도 지위를 이용해 간음했다는 사실이 맞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2월 전문심리상담 자격의 취득에 필요한 수련과정을 위해 수련지도사로 B씨를 만나 개인 심리상담을 받았고, 2014년 3월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박사과정 지도교수로 계속 B씨와의 관계를 이어왔다.

두 사람은 2014년 말부터 14차례 성관계를 가졌는데, A씨는 B씨가 지도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간음했다며 고소했다. 이에 B씨는 내연관계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A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며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1, 2심은 A씨가 폭행·협박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다가 경찰 수사 중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B씨로부터 '그루밍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변경했다며 고소 내용이 크게 달라진 점을 근거로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했다.

1, 2심은 "A씨와 B씨와 관계가 일반적인 '상담자와 내담자'가 아니었고 B씨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B씨와 A씨의 아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A씨가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한 사정 등에 따르면 정서적인 종속이 있거나 B씨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A씨를 간음했다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인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고소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고소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해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A씨의 주장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피해의 정황을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A씨를 고소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사실이나 사정 자체를 허위로 볼 수 없는 이상 A씨가 내린 주관적 법률 평가가 잘못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그루밍 성폭행'이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와 B씨가 박사과정의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위계적 관계에 더해 A씨가 B씨로부터 상담받아왔던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B씨의 권위에 내키지 않더라도 복종하거나 그와 맺은 신뢰관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수련지도와 상담을 받으며 7000만원 이상의 돈을 줬는데 신고를 하면 박사과정을 밟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못했다'는 A씨의 진술이 모순되지 않다"며 "A씨가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표현하긴 했지만 대외적으로 B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면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이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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