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은행 창구 직원들이 고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머니S
앞으로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판매가 까다로워진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조치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비예금상품' 판매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펀드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열린 이사회는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각 은행은 연말까지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하기로 했다.


모범규준은 은행이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 등으로 구성된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두는 게 핵심이다.

모범규준 적용대상은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각종 펀드·신탁·연금·장외파생상품·변액보험 등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비예금상품이다.


위원회는 원금 비보장 상품의 기획과 선정·판매·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을 총괄한다.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시 외부에 외부 전문가(법인 포함)가 있어야 한다. 위원회 심의 결과는 대표와 이사회 보고 대상이다. 관련 자료 등은 서면, 녹취 등 방식으로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다만 일부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머니마켓신탁(MMT) 등 원금 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은 제외된다. 특히 은행 자체적으로 이사회 승인을 받아 원금손실과 불완전판매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상품은 추가로 배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은행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상품심의 이원화가 받아들여졌다. 위원회 운영 실효성 제고를 위해 위험도가 낮은 상품의 경우 상품심의를 부서장 협의체 등 하위조직에 위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기초자산 해외 소재), 위험도 중간등급 이상(1~3등급) 상품 등은 위원회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 시장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품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 전 분야에 걸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채널 판매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대형 자산운용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소규모 자산운용사, 대안투자 전문운용사 등이 위축돼 투자상품 다양성이 당분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고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1년새 30%나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5.10% 수준으로 1년 전 7.61% 대비 축소됐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사모펀드 판매 비중이 82.02%에서 83.87%로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판매사에 대한 배상책임에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등 향후 실적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 자산관리(PB)담당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비해 비교적 투자 구조가 투명한 미국이나 중국 주식,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등을 추천하고 있다"며 "원금 손실이 있는 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부분이 엄청 많아 사모펀드 판매가 앞으로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