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구정) 연휴가 있던 1월 서울역에 귀성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 5살·3살 자녀를 키우는 직장맘 A씨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정부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며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시부모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례를 지내겠다고 했다. 차로 두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라 휴게소에 들러야 하고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은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어 걱정이 앞섰다.

9개월째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명절 풍경마저 바꿔놓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차례를 고집하는 부모님과 자식 사이의 세대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명절에도 가급적 집에 머물러줄 것을 권고했지만 추석연휴 기간 열차 승차권 예약률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명절 기피 원인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차례상 준비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명절 성차별 사례를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과 남성 모두 '여성만 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1위로 꼽았다.

30대 직장맘 김모씨는 "평소에 바빠서 만나기 힘든 가족과 친척을 1년에 두번 만나는 데만 의미를 둔다면 명절이 기다려지고 즐거울 텐데 오로지 여성만 집안일을 하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음식쓰레기로 명절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유교적 전통의 차례는 '차를 올려 예를 차린다'는 의미지만 현대에 이르러 차례상 하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음식을 떠올린다. 이는 60년대 고성장시대 정부가 가정의례 준칙을 통해 만든 임의 규칙이다.

허례허식을 벗어나 본래의 간소한 차례상으로 돌아가자는 사회적 움직임도 보인다. 서울 효자동 '아름지기'에서 열리는 '가가례' 전시는 제사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생선 한토막을 올리고 3가지 나물을 제기 하나에 한번에 올린 종가 차례상, 1인가구를 위한 제기가 등장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명절 폐지를 청원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간략하게 명절을 보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올해로 결혼 45년째를 맞는 정모씨는 "전통과 집안의 룰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 제사와 차례를 지냈는데 자식들이 싫어하고 뉴스에서도 간소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 얼굴을 보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