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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특허권이 남발되고 중국 관광객(유커)이 사라지자 곧 위기로 돌아섰다. 매년 고점을 찍던 매출 성장률과 달리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재편된 시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결정타가 된 분위기. 면세업 전망은 암울 그 자체다. 생사기로에 놓인 면세점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봤다.
정부 특허권 남발에 등 터지는 면세업계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면세점 호황이 이어지면서 2018년 13개까지 늘었다. 당시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을 치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것과 달리 업체 간 치열해진 경쟁은 실적악화를 초래했다. 대기업마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면서 2년 새 시내면세점 수는 10개로 줄어들었다. 현재 대기업 면세점은 8곳이며 중소기업 면세점은 동화와 SM 2곳만 남았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는 지난해 9월 누적 영업손실 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두산 면세점도 진출 4년 만에 누적적자 600억원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JTC가 지분 70%를 보유한 ‘탑시티면세점’도 특허권을 반납했다.
면세점이 잇따라 문을 닫은 배경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 중심의 수익 의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하지만 업계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무분별한 신규 면세점 특허 남발에 있다고 지적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내 면세점이 이미 과포화 상태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자리를 잡은 뒤 추가 특허권을 내줘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지만 정부 스스로 사업자 난립을 자처한 꼴”이라면서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업체 수가 많아지면 과당경쟁에 따른 출혈사태가 뻔한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그해 중국인 관광객수는 417만명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정치외교나 환율 등으로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는 면세 시장의 특수성을 따져보지 않고 수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관광객 수는 줄어들고 면세점이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업체 간 출혈 경쟁은 치열해졌다. 따이궁을 잡기 위해 면세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경쟁적으로 송객수수료(리베이트)를 끌어올리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영업을 이어갔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영업적자가 더 쌓이는 구조.
신규사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더 심각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면세점업 특성상 빅3 업체가 10%대 송객수수료를 지급한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은 기본 20%대의 송객수수료에 할인 이벤트를 포함할 경우 30%에서 많게는 40%까지 보따리상에게 지급해 왔다. 적자가 쌓이는 걸 알면서 더 많은 송객수수료를 내고 보따리상을 유치해야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여기에 2013년 통과된 관세법 개정안도 면세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 면세점 특허는 10년 단위로 자동 갱신됐지만 이 개정안 통과로 특허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고 특허를 재입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5년마다 사업이 존폐기로에 놓이다 보니 안정적 경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계속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면세 시장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반복되는 문제”라며 “면세시장은 독과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 면세점을 늘리거나 규모의 경제를 지키지 못하는 순간 모두가 고사상태에 빠지는 특수성이 매우 강한 분야”라고 말했다.
B2C에서 B2B로 변질… “소수가 해야 하는 특수산업”
전문가들 역시 면세사업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관점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면세업을 관광객 위주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해선 안 되며 면세점 확대가 곧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면세시장이 이미 따이궁 기반의 B2B(기업간 거래) 시장으로 변화한 만큼 사업장 확대는 제 살 파먹기 식 경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면세사업은 많은 사업자를 투입한다고 무작정 성장하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하듯 대외 리스크가 큰 면세점도 역량 있는 소수 회사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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