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선정과정을 두고 대우조선해양과 방위사업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사청이 KDDX 사업 관련 기밀 유출을) 인지했음에도 현대중공업이 입찰 자격을 받았다"며 "최소한 (현대중공업에) 감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현행 규정상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저희 규정에 의해서 (우선협상대상) 후순위자로 통보된 사람(대우조선해양)이 이의를 신청할 경우 검증위원회에서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다"며 "최대한 외부인을 많이 넣고 해서 해보니 (현대중공업을 선정한) 결과를 뒤집을 상황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KDDX 기본설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심사를 진행한 방사청을 상대로 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확인 등에 대한 행정가처분을 신청했다.
방사청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설계 준비 여부'와 '최근 5년간 유사함정 수주 실적' 항목에서 현대중공업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며 0.0565점 차로 우선협상대상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방사청이 요구하는 장비와 설비를 갖췄지만 상대평가를 이유로 차등 점수를 받았다. 또 방사청이 명시한 최근 5년간 유사함정 수주 실적 항목 중 '유사함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대우조선의 함정 수주 실적이 많은데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이 두 개 항목만 재평가돼도 우선협상대상자 순위가 바뀌는 상황으로 방사청의 기준이 있겠지만 다시 살펴봐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사진=방사청
KDDX 기본설계사업은 200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군함의 설계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상 기본설계사업 수주 업체가 실제 함선 건조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은 오는 2030년까지 KDDX 사업에 7조8000억원을 투입, 총 6척을 건조하는데 1척당 건조 비용은 약 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 수주에 목을 매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군이 주도한 이지스구축함 프로젝트인 KDX-Ⅰ·Ⅱ·Ⅲ의 수주를 모두 따낸 전력이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80여척의 국내 최다 함정 건조 경험이 있다.
조선업계는 이날 국감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내에 사법부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왕 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판결이 어찌 나올지에 따라서 너무 달라진다"며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KDDX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만큼 좋은 군함건조 수주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며 "사법부 결과가 나와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조만간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