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에 별도의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한국은행은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법령과 정관의 규정, 국외 사례를 종합해 볼 때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주열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에 별도의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한국은행이 반박했다.

23일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재정준칙 관련 서면질의 답변에서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법령과 정관의 규정, 국외 사례 등을 종합할 때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서면질의에서 “지난 14일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직접 재정준칙을 언급한 것이 권한 밖의 부적절한 발언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급증이 예상돼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재정준칙 설정 시 주요 요소로 단순성·강제성·유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장적 재정을 하고 있는데 재정준칙이 어떻게 동시에 가동될 수 있느냐”며 “민감한 시기에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한은 총재까지 나서 논란과 분란을 일으키고 기름을 붓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중한 시기에 한은이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면서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것이냐”며 “엄격한 재정준칙을 운운하는 걸 보면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경제회복 조치를 제한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점진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며 “경제적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은은 “재정준칙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준칙으로서 엄격함과 위기대처를 위한 유연함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총재의 재정준칙 발언이 권한 내라는 점도 밝혔다. 총재의 권한과 의무 등을 규정한 한은 정관 제 15조, 정부 정책과의 조화 등을 규정한 한국은행법 제4조 조항 등을 보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은은 재정준칙 도입이 지금 필요하냐는 질의에 “위기 상황이 극복되거나 어느 정도 해소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며 “재정준칙의 도입 시기 등에 대해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을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