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제주항공 기내에서 일반인 대상 첫 ‘관광비행(하트시그널 비행)’을 기념해 승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제주항공 제공)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항공사들이 ‘이색 여행상품’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비행기 속 하늘 여행’으로 손님을 맞았다. 이날 항공편의 출발지는 인천, 도착지 역시 인천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해 광주-여수-부산-포항-대구 등을 거쳐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30분이었다.


이날 비행에는 100여석의 좌석만이 판매됐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승객들 간의 간격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승객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제공됐고 기내에서의 식음은 금지됐다.

비행에 함께한 김재천 제주항공 부사장은 “항공여행이 반드시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승객들이) 하늘 위 풍경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4일 A380 항공기로 인천-강릉-포항-김해-제주-인천 상공을 비행하는 ‘A380 한반도 일주 비행’을 실시했다. /사진=뉴스1(아시아나항공 제공)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도 목적지 없는 비행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초대형 항공기인 ‘에어버스 A380’으로 승객 250여명을 태운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를 띄웠다. 해당 항공편은 강릉 상공을 순회한 후 포항-김해-제주 상공을 비행한 뒤 2시간40여분만에 인천으로 돌아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승객들이 한반도를 잘 감상할 수 있도록 1만5000피트에서 1만피트 사이의 고도에서 운항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가 1만피트 정도의 안전 고도에 다다르자 기내식 서비스도 제공돼 손님들은 오랜만의 하늘 위 식사를 만끽했다.


항공사는 해당 상품의 프리미엄석은 예약 오픈 20분만에 완판됐고 이코노미석 역시 만석에 가까운 높은 탑승률을 보이는 등 높은 인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항공여행에 대한 여행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날 비행에서 조종간을 잡은 장두호 선임 기장은 “7개월 만에 승객을 태우고 비행을 하니 첫 비행처럼 설레었다”며 “다행히 각 지역 관제 기관의 협조로 평소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승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추억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에어부산도 지난달 10일 항공서비스 계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체험 목적의 비슷한 항공편을 띄운 바 있다. 에어부산의 해당 상품은 당시 국내 최초로 시도된 ‘비행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이같은 ‘목적지 없는 비행’ 여행상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공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꼽힌다. 이미 대만 등 해외에서는 체험 비행 상품이 여러 번 시도됐고 고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같은 비행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항공사업법상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비행한 뒤 출발지로 돌아오는 비행은 ‘관광비행’으로 분류돼 법 위반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국내 다른 항공사들 역시 해당 체험 상품 출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상품들은 해외로 출국하는 상품이 아니기에 승객들의 면세점 이용은 불가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도 목적지 없는 비행 상품에 탑승하는 승객도 면세점 이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 체험 상품은 단발적 성격이 커서 실질적으로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항공업황을 개선하는 데에는 분명 긍정적 영향이 있어 항공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