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론일이 다가왔다/사진=뉴시스
‘K-배터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론일이 다가왔다. 당초 예정이었던 10월5일보다 3주 미뤄진 판결. 이 기간 동안 양측의 막판 의견을 수렴한 ITC는 26일(현지시각)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ITC는 SK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SK는 배터리 셀·모듈·팩·부품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 LG 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판결은 ITC가 2달 뒤 “예비판결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뒤집어졌다. 양사의 소송전은 그동안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이어져왔다. 


핵심 쟁점은… 영업기밀 침해 여부 


이번 싸움의 핵심은 영업기밀 침해 여부다. LG측은 SK가 자사 핵심인력을 대규모로 빼갔고 이 과정을 부인하기 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한다. SK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내가 유일하게 갖고 온 정리된 자료’라는 제목과 함께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는 것. ITC가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SK에 조기패소 판정을 내렸다는 게 LG측 설명이다.

SK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이직 직원에게서 전 직장 자료가 발견된 것을 LG 측이 영업기밀 침해로 단정 짓고 있다는 입장이다. SK는 ITC의 예비판결 재검토 결정문도 공개했다. 결정문에서 ITC는 LG화학에 ▲영업기밀 침해 ▲경제적 침해와 관련된 파기된 증거가 무엇이고 타당한 연관성을 가졌는지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ITC가 지적하는 침해기술 실체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전직해온 직원의 기밀 유출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침해기술 실체를 명확하게 규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LG가 SK를 패소 판결에 이르게 하기 위해선 침해기술 실체와 적용 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입증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배상금액이 얼마가 될까. 현재 양사가 합의금으로 제시한 액수는 ‘수조원’과 ‘수백억원’으로 단위부터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LG는 SK로부터 받을 합의금으로 2조~3조원대를 제시한 반면 SK는 LG에 줘야 할 금액을 수백억 정도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어 합의금 격차가 상당하다.


합의금 규모는? 막판 합의 가능성은 낮아 


합의금 규모는 ITC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 최종판결이 나오면 LG가 미 앨라배마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최종 재판이 열린다. 이 재판에서 피해액과 배상금액이 확정될 전망이다. 만약 SK가 최종 패소하면 배상금 지급은 물론 앞으로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증설 프로젝트 역시 좌초된다.

미국 배터리공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업이 잘되면 50억달러(5조800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공언한 SK의 미래 먹거리. 내년 완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해당 사업이 엎어질 경우 SK의 피해는 막대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문제가 얽혀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선수주 후생산’ 프로토콜 이어서 ITC가 LG 손을 들어줄 경우 SK는 앞서 계약한 물량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떠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SK가 현지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SK가 ITC 최종 결론 전 협상을 통한 합의를 이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업계는 지금 시점에선 자체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