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人사이트] "수사권조정에도 '檢절대반지'…수사·기소 완전 분리해야"
김창룡 경찰청장 "1차 수사권·종결권 정상화…검찰 독점적 영장청구권 유지"
"국가수사본부, 경찰이 충분한 신뢰 못준 결과…자치경찰제 순차적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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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한자 ‘가죽 혁(革)’은 짐승 가죽을 손으로 매만지는 형상이다. 짐승의 가죽을 사람들이 쓰임새에 맞게 가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틀을 바꾸는 의미에 ‘혁’이 등장한다. 혁명(革命)은 운명을 바꾸는 일이다. 목숨을 걸고 기존 틀을 바꾸는 것이 혁명이다. 개혁(改革)은 좋은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다. 혁명이나 개혁 모두 저항이 있다. 쉽지 않다.
대한민국 경찰이 개혁을 직면하고 있다. 총원 14만명, 연 예산 12조원의 거대 조직인 경찰이 창설 75년만에 최대 전환점을 돌고 있다. 일제 시대에는 독립 투사를 고문하는 고등계 악질 형사로, 군부 독재 시대에는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견찰(犬察)과 짭새의 오명을 썼던 경찰이 탈바꿈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 첫번째는 검찰의 지휘를 받던 수사권을 가져 오는 것이다.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획득하게 된다. 엄청난 변화이다. 또 한국의 FBI로 불릴 국가수사본부가 새로 만들어지고, 자치경찰제가 실시된다. 개혁보다는 뜯어고치는 혁명에 가깝다.
◇ 집안 권유로 경찰대 입학, 수석 졸업 영광도
그 선두에 김창룡(56) 경찰청장이 있다.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취임 100일이 지났다. 과연 경찰의 틀을 바꿀 수 있을까? 정권의 앞잡이가 아닌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는 경찰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만난 김 청장은 엄숙한 경찰 총수 이미지보다는 생글생글 잘 웃는 순한 지구대 순경의 인상이다.
“언제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나?”
-요즘 젊은 사람은 주관이 강하다. 지금의 젊은 경찰은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겠다 하고 준비를 한다. 나는 집안의 권유가 많았다. 집안에 경찰 공무원은 없다. 고향이 시골(합천)이다 보니 집안 어르신들이 경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경찰대학에 진학하길 집안에서 원했다.
“언젠가는 경찰청장이 될 것이라 마음은 먹었나?”
-전혀 없었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다. 경찰대학 졸업할 때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진학하면 경찰대 장학회에서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기회가 있었다. 응시했으나 떨어졌다. 그때 만일 법대 대학원 갔으면 경찰대 교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두번의 해외 근무(상파울로, 워싱턴)를 했다. 외국어를 잘하나?”
-경상도 시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그때까지 시골에서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음악, 가정 선생님이 영어를 과외로 번갈아 가르쳤다. 부산에서 비로소 정식 영어교사한테 영어를 배웠다. 40대 중후반에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는데 정말 어려웠다.
“올해 경찰의 날 행사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계엄군의 시위 진압 명령을 거부했던 경찰이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 사람이다.”
-올해 경찰 영웅은 이준규 당시 목포서장이다. 지금은 위법부당한 지시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에 있다. 당시엔 계엄군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며, 진압을 지시했다. 이 서장은 선량한 시민들 보호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민 보호에 최우선을 두고 질서가 문란하게 되지 않도록 대비 관리하란 지시를 한 것이다. 결국 지시불응으로 고문도 당하고 파면되는 고초를 겪었다. 지금은 재심 절차를 거쳐 복권됐다.
◇수사권 독립=수사는 경찰, 기소 공소유지는 검찰, 재판은 판사
“역대 어떤 청장들보다도 경찰 조직 내에서는 기대감이 크다. 경찰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사권 독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언론에서는 수사권 독립을 검찰과 경찰의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기본적으로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바로잡는 과정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생긴 기본 원칙이 권력분립이다. 가혹한 국가 형벌 행사권으로부터 억울한 사람이 많이 처형됐는데, 그것을 반성하는 것에서 출발한 형사사법 체계의 개혁이다. 가장 큰 틀은 권력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이, 그리고 재판은 판사가 하는 것이다. 조선 시대 내내 사또 재판이 존재했다. 고을 원님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고, 집행도 했다. 그 제도가 조선 시대 말기까지 이어져 왔다. 근대 형사사법 체계를 한번도 경험 못한 상황에서 일제로 넘어갔다. 당시 일본은 자국에선 근대 형사사법체계를 만들었으나 식민지 국가에 적용하려니 식민통치가 어려웠다. 따로 조선 형사령을 만들었다. 조선에서 만큼은 검사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줬다. 현재 형사사법체계의 검사 절대 우위 체계가 그때 성립됐다. 5.16 군사 구테타 이후 국가재건최고위원회에서 헌법 만들 때 체포, 구속, 압수 수색 영장은 검사만이 청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검찰이 난공불락의 ‘절대 반지’를 갖게 됐다. 그것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흡하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가 안돼 검찰도 수사를 할 수 있다. 또 독점적 영장청구권이란 절대반지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수사권 개혁 관련 하위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는데, 경찰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경찰은 입법예고안에 대한 수정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였으나, 일부만 반영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내년 1월 시행을 위해서는 신속한 개혁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개정법의 취지를 형해화하거나 국민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민변과 참여연대, 학계 등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검찰은 경찰 및 고위공직자 비리·부패 범죄, 경제 범죄, 금융 증권 범죄, 선거 범죄, 방산 비리, 사법 방해 사건 등 중요 6대 범죄에 대해 여전히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권한이 커진다. 경찰 내부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이제는 경찰이 개혁 취지가 제대로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수사활동과 결과를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경찰 수사관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직개편이나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평가해서,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종합 계획을 수립했다. 국민이 경찰에 대한 기대가 큰데, 수사역량은 하루아침에 확 높아지진 않는다.
“경찰은 증원이 되나?”
-사실상 증원이 돼야 하는데…. 일단 전환배치 형태로 한다. 조직이 개편되면 몇몇 부서 책임자가 늘어나는 정도이지 수사인력이 늘어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초부터 발족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경찰한텐 아쉬운 대목이다. 수사 경찰과 치안 경찰을 분리한다. 경찰에게 1차 수사권을 주되 그걸 적절하게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수사 컨트롤 타워 역할하는 기구를 만들기 위해 국수본이 발족한다. 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임기도 보장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찰 지휘관이 경찰 수사 지휘를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경찰수사에 대해 믿음이 부족하니 그런 장치가 마련됐다.
“새로 준비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를 설명해달라.”
-자치 경찰은 지역의 생활안전, 경비, 교통, 여성 청소년 업무를 맡는다. 자치경찰의 지휘감독은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이 맡게 된다. 시장이 경찰을 지휘한다.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긴 했으나,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시·도지사의 역량이 너무 커진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국가의 치안 총량이 축소되어 국민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 수행에 혼란이 초래되어 제도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역대 한국경찰이 정권과 첨예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이 바로 정보 경찰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정보경찰 폐지법안도 내겠다고 한다.”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에서는 정보 경찰 폐지를 많이 주장했다. 물론 그동안 정보 경찰이 잘못했지만, 국정원의 국내정보 활동이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경찰의 정보활동도 폐지하면 국가운영에 필요한 기본적 기능이 거의 없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정보 경찰의 역할을 말 그대로 본연의 역할에 맞게 바꾸자는 경찰 주장도 적극 제기됐다. 정보경찰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면 국민도 납득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경찰 국민보호와 공공안녕, 국가안위를 지키는 예방적 활동에 중점
“정보 경찰의 폐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인가?”
“요즘은 선제적 예방적 경찰활동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어떤 문제나 위험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폭발하기 전에 해소하거나 최소화한다. 내부적으로 정보 경찰의 탈선이나 위법 부당한 활동을 제한할 준법 감시제도를 마련하고, 정기감사를 받고, 경찰위 보고도 하고,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내부적으로 경찰개혁위의 개혁과제를 다 이행했다. 이제 남은 게 법적으로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에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에 경찰정보의 개념을 정확하게 만들었다. 경찰 정보는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고 대책 수립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란 개념이다. 공공 안전의 위험을 야기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치안 정보를 ‘공공안전 위험에 대한 예방 및 대책정보’로 바꾸었다. 특히 정치활동 관여 금지를 규정했다. 원래 공무원은 정치 관여 금지인데, 우린 그걸 더 확대해서 정보활동 행동강령 조항에서 정당 활동이나 여론조사에 관여를 하면 5년이하 징역형의 처벌을 하는 법을 국회의원 두 분이 발의했다. 법률로 개정이 되면 정보 경찰이 자의적으로 불법활동 안 할 것이다. 정보경찰이 국민보호와 공공안녕, 국가안위를 지키는 예방적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새로 발족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나?”
-경찰은 처음부터 공수처 발족을 적극적을 찬성했고, 필요한 지원협력을 다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검찰은 기소권, 기소유지권만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미국은 검사가 기소권만 가지고 있는데, 이 조차도 중요한 사건은 대배심에서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식으로 기소권을 제한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독점적 권한을 검찰에만 주니 그로 인한 폐해가 많이 발생했다. 그걸 정상화,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공수처가 논의가 됐고 입법화됐다고 생각한다.
◇선제적인 경찰활동 법적 근거 없어 못하는 아쉬움
“평소 경찰의 예방적 활동을 강조했다. 일선 경찰 입장에선 예방적 활동의 성과를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불만이다.”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경찰 활동을 통해서 국민들께서 안심을 하고 일상이 평온해지면 체감 안전도 높아진다. 학교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이 50만~60만명이다. 경찰이 법적 제약 때문에 제대로 대응 못한다. 외국에선 경찰에 강한 권한을 준다. 상담 명령도 할 수 있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해서 지금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죽하면 피해자가 “내가 폭행을 당하고 칼 맞고 죽어야 경찰이 나설 거냐”고 항의한다. 경찰도 하고 싶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스토킹 예방 및 처벌법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 제도가 바뀌고, 시스템이 정비되면 경찰이 예방적이고 선진적인 경찰활동을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범죄와 사고의 발생률은 낮아지고, 체감안전도가 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개혁이란 큰 파도를 맞고 있는 일선 경찰에 대해서 당부의 말이 있나?”
-1946년 미군정에 의해 대한민국 경찰 창설이후 75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는 기회다. 독자 수사권을 갖게 됐고,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국정원법이 개정되면 대공수사 활동도 경찰에서 수행해야 된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경찰로선 큰 기회이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제도개혁의 취지대로 시행하기 위해선 우리가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기회를 우리가 살리지 못하면 경찰 조직은 위기를 맞는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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