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7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DB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내정된 가운데 올해 보험협회장 인사 키워드는 '관피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며 새 수장에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피아 출신 인사들이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진 전 금감원장의 경우 손보협회장 후보에 올랐다가 본인이 고사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웅섭-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손해보험협회장' 식으로 사실상 '관출신 나눠먹기 인사'가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설도 나온다. 그만큼 보험업계가 관출신 선임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일 3차 회의를 열고 정 이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손보협회 회원사들은 다음 주 중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생보협회장도 '관출신' 유력

정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을 거쳐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5년에는 한국증권금융 대표, 2017년에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됐다. 정 이사장은 이달 1일로 임기를 마친 상황이지만 후임 인선 일정이 미뤄지면서 손보협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장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용길 생보협회장의 임기가 오는 12월8일로 만료되는 가운데, 후임으로는 진웅섭 전 금감원장을 비롯,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모두 관출신 인사로 사실상 생보협회장 자리는 '관피아'가 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 신용길 회장은 KB생명 대표직을 역임했던 민간 출신이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올해 1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0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식사를 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 2일 손해보험협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되며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사진=뉴스1DB
진 전 원장의 경우 지난달 말 손보협회장 후보자리를 갑작스럽게 고사했다. 이어 생보협회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협회장에 관출신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 보험업계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을 방어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다. 과거 '낙하산 관피아' 논란과 달리 지금은 보험업계가 '관피아'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다 다르다.

진웅섭, 생보협회장 될까

업계에서는 진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후보직을 고사한 점을 들어 생보협회장 수장 자리에 사실상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원들은 대부분 보험사 사람들이다. 그들은 관출신 인사, 그 중에서도 '쎈 사람'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진웅섭 전 원장이 손보협회장직을 포기하고 생보협회장직에 도전한다면 애초에 정지원 이사장을 손보협회장직에, 진 전 원장을 생보협회장직에 내정하는 얘기가 회추위 내부에서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가 관출신, 그 중에서도 '쎈 사람'을 선호하는 가운데 진 전 원장을 생보협회장 수장에 밀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당국과의 관계에만 집중할 뿐 보험산업 발전과 소비자보호 등은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이사장만 해도 풍부한 경제관료 경험을 자랑하지만 보험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는 아니어서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 등의 금융협회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금소연은 생보협회, 손보협회장 선임과 관련 "최종구 전 위원장, 진웅섭 전 원장, 민병두 전 의원 등의 민간 금융협회장으로 선임을 적극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하산 후보들은 즉각 사퇴를 선언하고 금융 전문성과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가진 전문가가 회장에 선임돼 금융 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