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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취재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붉은 눈시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 8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을 때 서울 명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임모씨가 흘렸던 눈물, 지난 8일 3차 대유행에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을 때 종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서모씨가 흘렸던 눈물. 이들 외에도 많은 자영업자가 "어느 정도로 힘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까닭이 단지 매출이 줄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눈물엔 자신을 '방역 총알받이'로 삼는 정부에 대한 분노와 서글픔이 섞여 있다.
얼마 전 한 자영업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에 그 고충이 잘 드러난다. 해당 자영업자는 지난 7일 국민청원 게시글을 통해 "올 한해 코로나 규제 방향을 보면 거의 90%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을 시키고 있다"며 "자영업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집합금지할 때 그 엄청난 마이너스를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입 감소를 빤히 예상하면서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오후 9시면 문을 닫았고, 방문자 명단을 작성했고, 일부는 자비를 들여 테이블 간 칸막이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정부는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그들이 여전히 내야만 하는 수백, 수천만원의 고정지출에 대해선 모른 체 했다. 오히려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겠다고 으름장만 놓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기 상황임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고정지출 항목 중 자영업자들이 특히 어려워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적게는 한달에 수십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살인적' 임대료다. 지난 9월 종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임도훈씨(가명·50대)는 "매출이 평소의 10%도 되지 않는데 월 3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호소했다. 이틀 전 종로에서 만났던 횟집 사장 서모씨도 "정부의 지원은 없는데 월세와 관리비만 월 2000만원이 빠진다. 어제 45만원 벌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정도다. 상가건물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소상공인 임차인 임대료를 인하하는 경우 그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강제성 없이 건물주의 선심에 기대는 방식으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현장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자영업자가 임대료 문제로 곯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알 수 있다.
횟집 사장 서씨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우리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건물주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인 데다가, 기업이나 노조 처럼 목소리를 낼 만한 집단도 이루지 못한 이들만을 정부가 방역 목적을 쉽게 달성하기 위해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옳다. 값비싼 상가 임대료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단골 화두였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료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수도 없이 나온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되도록 뒷짐지고 서 있는 상황은 달리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이때 정부가 힘 없고 목소리 작은 자영업자를 희생시켜 방역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위기 상황 속에서 가급적 모두가 균등하게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역할이다.
정부는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매출 급감을 겪으면서 임대료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내야 한다.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감면·유예하는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어쩔 수 없이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부디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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